그동안 시중에 나돌았던 수조원대 괴자금 사건의 실체가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이 괴자금 사건은 자금규모가 2조5천억원대에 이를뿐 아니라 시중은행
지점장이 이용되고 청와대 비서관을 사칭한 사기꾼이 등장한 전형적인
사기극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검 강력부(박영수 부장검사)는 9일 2조5천억원대의 실권채권과
위조채권 등으로 괴자금을 운용하면서 기업인에게서 38여억원을 가로챈
전문사기조직 12개파 62명을 적발했다.

검찰은 이중 "소공동"파 두목 이대영(68)씨 등 채권사기범과 K은행 지점장
최모(52)씨 등 3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혐의로
구속했다.

또 위조채권 매도를 알선한 류창희(50)씨 등 6명을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일본인 가지 히사마스씨(52) 등 23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은 위조된 5백만달러짜리 미국 시티은행 발행수표 20장(1천4백억원)과
액면가 2백억엔의 일본수표 6장(1조3천억원상당), 1억달러짜리 금보관증
6장(8천4백억원) 등 2조5천억원대의 위조수표 및 장물채권 등을 압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7월 "비실명채권 5천억원을 싸게 넘길테니
이익금을 나누자"고 속여 투자금조로 중소기업인 최모(55.여)씨로부터
19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최씨는 위조채권인 사실을 알고도 "은행에서 현금교환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발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수사결과 이들 사기범들은 <>청와대나 안기부 관계자등을 사칭, 정부의
특명을 받아 회수한 채권이나 위조수표 등을 헐값에 처분하려 한다며
기업인들을 속여 금품을 가로챈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구속된 이정세(48)씨는 청와대 1급 비서관을 사칭, "청와대 특별
자금중 2천억원을 대출해주겠다"며 모대기업 회장으로부터 1년여간 계열사
사장으로 정식 임명돼 월급과 사무실까지 제공받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적발된 사기범들은 그간 재계에서 떠돌던 괴자금 소문의 실체들로
중소기업인, 대기업회장 등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여왔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전국에서 활동중인 채권브로커중 상당수가 자금난을 겪고있는
기업체를 상대로 이같은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기업폭력신고센터
(02-536-3333)를 통해 지속적인 단속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