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에게 필요한 자질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장기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치밀한 기획력과 합리적 경영감각을 고루 갖춰야 한다.

경영환경이 열악해질수록 경영자의 이같은 자질은 더욱 돋보이게 마련이다.

한국능률협회는 경영자의 자질이 탁월한 손길승 SK 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정문술 미래산업사장 등 3인을 "한국의 경영자"로 뽑아 9월 호텔롯데
에서 시상식을 갖는다.

수상자 손길승 SK 회장의 경영철학과 비전을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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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상을 받게되어 기쁘고 감사해야 할 텐데 상중이라 상을 받을 입장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에 주신 상은 지난 80년에 수상하신 고 최종현 회장께서 다시 받으시는
것이며 SK의 모든 임직원을 대신해서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손길승 SK회장은 "한국의 경영자상"을 받은 수상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손 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는 처음으로 5대그룹 회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입사이후 SK에서만 일한 고 최 회장의 평생 사업동지다.

손 회장은 회장을 맡은데 대해 "입사한지 33년이 된 지금,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 것에 대한 감회 보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중압감을
먼저 토로했다.

지난 75년 고 최 회장과 SKMS(SK 경영관리체계)를 토론하면서 약속했던
것들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지난 60년대만해도 중소기업이었던 선경직물에 입사, SK와 함께
성장해 온 SK의 산증인이다.

"모든 것이 이루어진 곳 보다는 앞으로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열심히
땀흘리고 싶었다"는게 중소기업에 입사한 이유다.

그는 "65년 고 최 회장을 처음 만나 그분의 경영철학에 홀딱 반해 주저하지
않고 입사를 하게 됐다"며 고인과의 인연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손 회장을 고 최회장과는 떼어서 생각할수 없다는게 SK관계자들의
얘기다.

손 회장은 SK경영의 요체는 SKMS와 SUPEX추구에 있다는 점을 자주
강조한다.

SKMS는 SK의 경영원리이고 SUPEX 추구는 이를 실천하는 구체적 수단이라는
것.

"SKMS는 74년 돌아가신 최 회장께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창안하고 모든
임직원들이 합의해 "인간주의, 합리성, 현실인식 경영"을 핵심으로 만들어
졌다"고 배경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SUPEX 추구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을 말한다"며
"일을 시작하면 반드시 성공하고 그것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구성원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경영기법"이라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오늘의 SK를 있게 한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SK는 항상
10년 앞을 내다보며 경영을 해 왔다"고 잘라 말했다.

70년대 초에는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 계열화"를 천명했으며 80년대
초에는 정보통신 사업의 진출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고 이를 적극 추진,
오늘날 우리나라의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는 것이다.

손 회장이 요즘 그룹에서 강조하고 있는 점은 계열사별 독립경영과
"SK브랜드"관리.

"만약 상품의 질이 나쁘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나쁘다면 그 회사,
그 사업부는 SK라는 브랜드를 쓰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SK의 미래 모습에 대해 그는 "에너지-화학을 기반으로 정보통신 사업을
글로벌화 시켜나가고 여기에 새로운 사업군을 모색, SK가 21세기에는 더욱
튼튼한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부분은 내년 상반기가 지나면 구체적인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며 "장기 비전도 중요하지만 현재 초미의 관심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어떤 경쟁력을 갖춰놓을 것이냐, 사업조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점이라고 역설했다.

지금 주력해야 할것은 자본력을 키우고 기술력을 강화하고,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좋은 기업으로 발전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업에 대한 따가운 시선에 관해서도 한마디했다.

"대기업들의 책임과 자성을 촉구하는 소리에 그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러나 이 나라 경제를 되살리는 힘은 결국 기업에서 나온다는 점도 헤아려
주기바란다"고 당부했다.

< 최완수 기자 wansoo@ >

[ SK개요 ]

<> 설립 =53년(선경직물)
<> 사업영역 =에너지 화학정보통신 금융 건설 물류
<> 총자산 =30조4천2백66억원
<> 매출액 =33조8천6백40억원
<> 종업원 =2만8천여명

[ 손길승 회장 프로필 ]

<> 41년생
<> 서울대 상대졸
<> 선경합섬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 그룹 경영기획실장
<> SK텔레콤 부회장
<> SK회장
<> 종교=불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