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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속의 역학 이야기]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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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사와 같은 경건한 의식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것이 향이다.

    향로속에서 경건히 피어오르는 향연.

    뭔가 특별하게 기구할 일이 있을 때, 혹은 정기적인 제사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는 향나무 등에서 얻은 식물성의 것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동물성의 사향 등속을 포함하기도 한다.

    간절한 기구는 향을 사르고 행하는 절실한 절의 형태로 구체화된다.

    우리네 의식 밑바닥에 깊숙히 침잠해있는 천지신명에 대한 존경의 염에서건
    아니면 특정종교의 의식을 빌어서 행하는 것이건 어떤 절대자, 무형의
    신명을 불러오기 위해 향을 피운다.

    그래서 제사 의식의 맨 처음에 향을 사르는 의식을 거행하는 것이다.

    이것을 분향이라고 한다.

    옛 선비들은 심신수양의 방법으로 향을 피우기도 하여 분향묵좌라는 말을
    만들기도했다.

    하늘, 땅, 그리고 사람 곧 자연질서의 조화를 추구하는 학문인 동양역학의
    최고의 덕목은 중앙토로 상징되는 중정 혹은 중용의 질서이다.

    선인들이 향을 피웠던 까닭은 들뜬 마음을 가라 앉히거나 혹은 지나치게
    가라앉은 마음은 적당히 올려줌으로써 이 중정지덕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벗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옛 어른들은 그래서 향을 매우 소중히 여겼으며, 고려시대에는
    매향이라고 하여 향나무를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묻어 두었다가
    천년 뒤의 후손에게 물려주려는 풍습까지 있었다.

    지금 필자의 옆에도 취운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의 향이 피어오르고 있다.

    절은 최상의 경배의 표시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절은 어떤 대상에게 행하는 기복의 발원이 아니라
    자기자신의 참 본성을 찾고자 하는 작업이다.

    향은 이러한 여정에서 가장 좋은 벗이 되어줄 수 있다.

    중정의 기운으로 가라앉아 환절기인 토를 통과하는 모든 떠들썩한 일체
    유념유상을 고요의 무념무상으로 돌려주는 생활의 지혜이다.

    성철재 <충남대 언어학과교수/역학연구가 cjseong@hanbat.chungnam.ac.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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