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일본방문을 마치고 돌아간지 한참이 지났지만 일본에선
그의 인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래를 지향하는 자세와 남을 인정해주는 태도, 말 그대로 이행하는 실천력
등이 김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상한가로 밀어올리고 있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겠다는 김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매우 아릅답고
귀한 말씀이었다"

일본 지성중의 한사람인 사카이야 다이치 경제기획청장관이 최근 한.일재계
회의에 참석한 전경련 회장단에게 한 말이다.

얼핏 보면 입에 발린 소리같이 들리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실제로 일본의 덴츠가 김 대통령의 일본방문 뒤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블레어 영국총리, 클린턴 미국대통령에 이어 3위로
나왔다.

김 대통령이 다녀간 뒤에 열린 한.일간의 회의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다.

양측이 서로를 치켜 세우며 어지간하면 다 들어준다는 태도로 돌변했다.

김 대통령이 이처럼 좋은 평가를 받고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한가지는 일본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평가다.

김 대통령은 궁중만찬에서 "일본은 경이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의회민주
주의와 평화주의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해 왔다"고 밝혔다.

"새로운 일본"으로 인정해주기를 바라온 일본의 "혼네(본심)"를 알아준
것이다.

과거를 과감하게 떨쳐버린 용기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다.

다른 한가지는 정상간 외교의 실천력이다.

한국정부는 단계적으로 일본문화도 개방하겠다고 밝힌 뒤 곧바로 그대로
실천했다.

거짓말과 정치적 쇼에 신물이 난 일본국민들이 김 대통령을 전혀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 대통령의 일본방문은 한.일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연 계기가 됐다는 뒤늦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 도쿄 = 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