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일현(52.제화미화원)

손씨는 열악한 가정환경 탓에 10대 후반부터 구두닦기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부유한 환경 아래 대학에 진학하는 친구들을 보면서도 자신의
처지를 결코 비관하지는 않았다.

"불우한 과거는 근검절약 생활을 통해 저축을 함으로써 보상받을 수 있다"는
신념은 구두닦기 생활 30여년동안 단 한번도 변치 않았다.

매일매일 들어오는 돈은 하루 이상 묵혀두지 않는다는 자세로 은행 문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손씨는 구두닦기 동료들 사이에서도 소문난 구두쇠.

어떤 일에서건 아낄 수 있을 만큼 아낀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식사는 무조건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수십년간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하다 보니 사먹는 밥보다 훨씬 맛있다고
한다.

출퇴근할 때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도 낭비라는 생각에서 구두닦기
생활 30여년 내내 자전거로 통근하고 있다.

술과 담배는 사치의 일종이라고 생각해 절대 하지 않는다.

그 흔한 삼겹살 집에도 여간해선 가지 않는다.

손씨는 돈에 관한 한 이처럼 인색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는 항상 앞장서 왔다.

구두닦기협회에서 무의탁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들을 돕기 위해 매년
주관하는 불우이웃돕기 운동에 열과 성을 다해 뛰었다.

또 결손가정 청소년 계도운동에도 적극 동참했다.

올해에는 수해를 입은 수재민을 돕기 위해 모금행사를 주도하기도 했다.

평소 구두닦기협회 동료들에게도 "재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철저히 근검절약
하고 꾸준히 저축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