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는 국경을 없앴다.

땅만은 외국에 내줄 수 없다는 우리네 사고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과 지자체가 자구책으로 외국자본 유치에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조조정 자금과 개발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외자유치의 전망이 낙관적이지는 않다.

외국인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와 국제규범에 동떨어진 거래관행,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국내인과 외국인의 시각차이 때문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전망과 투자를 어렵게 하는 규제장벽, 개선점 등을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을 통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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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하 < 부르크 힐러 파커 코리아 부사장 >

한국에 부동산을 투자하러 오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정보 부족과 투명성의
결여,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때문에 실망해서 돌아가곤 한다.

최근 부동산 값이 많이 떨어졌고 원화의 평가절하를 감안하면 대단히
"싼"값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투자가 활발치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갖고 찾아왔다가 차디찬
시각을 갖고 되돌아가는 이유는 뭘까.

우선 한국에는 선진국과 달리 부동산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금융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출시 부동산담보를 요구해서다.

이 경우 부동산 가치는 감정평가법인들이 제공한 감정가에 의해 결정된다.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감정가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대부분의 부동산이 은행에 저당잡혀 있어 가격 탄력성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근저당 이하의 가격으로 매각할 경우 부족액 만큼을 매도자가 은행측에
현금으로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부동산에 잔뜩 부풀어있는 거품이 제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인에게 부동산을 매각하려 하면서 해당 물건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분석에서부터, 예상현금 흐름표, 비교 또는 경쟁대상
부동산 물건에 대한 정보 등 투자자가 시장을 판단할 수 있는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선진국의 경우 기본사항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부동산 투자에서도 자금의 선순환(net present value of
cash flow)을 중시한다.

초기분양대금으로 다른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한곳에서 막히면 줄줄이
쓰러지는 우리의 투자방식과 크게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한다.

이밖에 한국의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들도 외국인들과 국내 부동산을 거래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의 부동산 시장관행이 국제수준에 비해 너무 뒤떨어져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우리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방문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꾸준히 늘고 이들의 투자목표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엄청나게 싼 급매물만 노리는 기회주의적인 투자자(bottom-fisher)에서부터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다국적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의 투자목표는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부동산의 가치를 "수익환원법(Income Method)"으로 산출한다는 점이다.

신용이 좋은 임차인을 확보,이들이 임대해 있는 동안 거둬들일 수 있는
예상수입을 근거로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본토의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기대하는 수익률
(투자액 대비 연간 임대소득)이 20% 안팎이다.

이들에게 수익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에 와서 부동산에
투자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