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휴대폰 애니콜의 브랜드 가치는 약 4억달러(5천5백20억원).

이는 지난 4월 고려대 박찬수 교수와 미국 스탠퍼드대 스리니바산 교수가
공동으로 조사한 "세계 상품 브랜드 연구"에서 나온 수치이다.

이 조사의 핵심은 제품의 품질과 가격이 같은 상황에서 유명 브랜드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얼마나 달라지는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애니콜의 경우 품질과 가격만의 요소를 따진다면 29%의 점유율이 적정선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애니콜"이라는 브랜드의 파워가 곁들여지면서 48%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시 말해 애니콜이란 브랜드 파워가 삼성전자에 19%포인트의 점유율을
추가로 안겨준다는 것이다.

브랜드는 이처럼 무형의 자산가치를 창출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애니콜의 브랜드 파워가 하루아침에 쌓아진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동안 축적해온 광고마케팅전략이 만들어낸 결정체이다.

애니콜의 원래 이름은 "삼성휴대폰".

삼성전자는 89년말 휴대폰사업에 뛰어든후 당시 모토로라에 눌려 시장
점유율이 10%정도에 불과했다.

뚜렷한 특장점도 부각시키지 못하는 군소제품에 머물고 있었다.

이렇게 5년을 보내면서 삼성은 미래형 업종인 휴대폰사업을 본격 확대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브랜드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94년 9월 마침내 "애니콜"이란 톱 브랜드가 탄생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3단계의 광고캠페인을 전개하며 애니콜의 브랜드 자산을
강화해 나갔다.

1기(94.9~96.6)는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한국지형에
강하다"는 유명한 슬로건을 확립한 시기.

당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모토로라가 외국제품임을 겨냥, 국내
상황에 맞는 기술로 통화성공률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명인사를 모델로 기용, 전국의 산과 바다 섬 등에서 통화에 성공하는
모습을 광고로 부각시켰다.

2기(96.7~97.9)는 디지털 휴대폰시장에 본격 진입한 시기다.

액정화면에 한글표시기법이나 음성다이얼링 등 신기술을 강조하는 한편
"국민배우 안성기"를 모델로 기용해 업계를 선도하는 대표제품 이미지를
굳혀 나갔다.

3기(97.10~현재)의 핵심 카피는 "작은 소리에도 강하다"였다.

삼성은 PCS폰 서비스가 시작되자 휴대폰에서 닦아놓은 기존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신시장으로 연결시켰다.

ARS(자동응답시스템)전화에 소비자들이 사연을 남기게 한후 이를 광고에
방영하는 프로모션이 이때 진행됐다.

97년 6월의 올림픽 톱(TOP)스폰서 계약은 애니콜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애니콜의 광고.마케팅전략의 핵심은 이처럼 "통화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일관되게 쌓아 나간다는 점이다.

제품에 명확한 성격을 부여하고 이를 살려나간게 애니콜 성공신화를 가능
하게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