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만이 안되는 이곳이 세계적 명소가 된데는 칸영화제의 역할이 컸다.
"세계의 영화와 프랑스의 영화"를 목표로 46년 시작된 이 행사가 51주년을
맞는 동안 칸은 지구촌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의 하나가 됐다.
문화예술 행사는 이처럼 도시홍보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과적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뒤 국내에서도 도시마다 특색있는 문예행사나 축제개최에
힘쓰고 있다.
95년 광주비엔날레를 필두로 96년엔 부산국제영화제, 97년엔 부천국제판타
스틱영화제가 생겼다.
춘천에선 세계인형극제와 만화축제를 개최한다.
광주김치축제 이천도자기축제 강경젓갈축제도 있다.
지방의 문화행사나 축제는 지역민에게 자긍심을 높이고 외지인에게 지역
특성을 알려 지자체의 소득을 증대시킨다는 복합적 목표를 지닌다.
철도청과 연계해 관광열차를 운영하는 등 관람객 유치에 한껏 노력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경주에서 지금 한창 열리고 있는 세계문화엑스포는 국제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문화박람회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4백4억원의 예산에 48개국이 참가한 대규모 행사다.
한정된 공간과 시간에 전달하기 어려운 게 문화다.
처음인 만큼 어설프고 산만한 구석도 있지만 1천년 고도에서 주최한 국제
행사로서의 모양새를 갖추려 애쓴 흔적이 많다.
문명발상지의 유물을 모은 세계문명관과 신라관 북한관 자매지역관 등으로
꾸민 우정의집이 특히 돋보인다.
관람객중엔 학생들이 많지만 일반인과 외국인 관람객도 적지 않다.
개막 한달남짓 사이 1백50여만명이 다녀갔다 한다.
이번 박람회가 성공리에 끝나면 기금을 조성해 격년제로 개최한다는 계획
이다.
문화란 한번 체험하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석굴암 내부의 모형이나 잉카와 마야 문명의 흔적을 돌아보는 것은 누구에
게나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인플레와 실업률을 더한 것이 불행지수라지만 우리는 지금 인플레없이도
불행지수가 높아짐을 절감하고 있다.
경주 문화엑스포는 한국이 오랜 역사와 전통의 국가라는 사실을 국내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다.
이번 행사가 IMF터널을 지나 한국이 21세기 문화의 시대 주역이 될 수 있는
저력의 나라임을 확인하고 알리는 밑거름이 됐으면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