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 대양바이오테크 사장 Biotech2@chollian.dacom.co.kr >

국가경제가 말씀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에 들어선 이후 기업의 연쇄
부도가 속출하고 실업자도 끝을 모르고 늘고 있다.

문자 그대로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이 지경이니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나 직원 누구할 것 없이 살얼음위를
걷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침을 여는 시간이면 제일 먼저 펴보는 경제신문에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획기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의 기사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당좌거래정지는 왜 그렇게도 많은지...

그중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다른 기업이 부도를 낸
여파로 쓰러진 기업도 많을 것이다.

남의 일 같지 않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업무와 씨름해야만
하고 피곤해도 주말이면 가족을 외면할 수가 없다.

아무리 어려워도 거래처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안팎 어디를 가도 신경써야 할 곳뿐이니 머리가 아프지 않을 수가 없다.

어제 저녁 일이다.

지방에서 업무관계로 식사를 하던중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얼마전에 우리 회사가 기계를 설치하고 시운전까지 마친 P하수종말처리장
건설현장 수주처의 젊은 소장이 과로사했다는 소식이었다.

업무관계로 만날 때마다 이 현장이 마무리되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면서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끝내자고 하던 그가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
하고 영원히 올 수 없는 곳으로 가 버리고 만 것이다.

최근 경기악화로 현장에서 함께 일하던 회사들중 부도로 쓰러진 곳이
한 두개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끝까지 남아 뒷 마무리를 총괄해야만 했던 그의 입장이
오죽했을까 상상이 간다.

객지 여관에서 잠자리를 청해보지만 잠은 오지않고 왠지 서글프기만 하다.

하루빨리 국가가 건강을 회복해야한다.

그래야만 국민 모두가 건강해질 수가 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