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헤지펀드 경영진이 카리브해 버뮤다섬에 집결해 비밀회의를 가진
것으로 밝혀져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아시아와 러시아의 금융위기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데다 헤지펀드를 규제
하자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 생존 전략 회의다.

뉴욕타임스 BBC 등에 따르면 이 회의는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정확한 기간은 물론 참가자 명단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는 것이다.

다만 헤지펀드 전문지인 "헤지/MAR"의 후원으로 버뮤다섬의
사우스엠프턴프린세스호텔에서 대규모 회의를 열고 있다는 것과 초대받은
펀드 매니저와 투자자 9백여명만이 참석했다는 정도가 알려진 전부다.

하지만 12일 생중계된 총회와 일부 참석자들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해 볼때 이번 전략회의는 상당히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10여년만에 대형 손실을 겪고 있고 헤지펀드가
세계 금융시장 교란범으로 지목되면서 규제론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롱텀 캐피털이 도산위기에 몰린후 헤지펀드에 불안을 느끼게
된 투자자들이 자금을 일시에 빼내갈 가능성도 높은 처지다.

특히 12일 뉴욕 딜링룸에 화상으로 중계된 총회에서 타이거 펀드의 줄리안
로버트슨 회장은 "15번 타석에 나와 한번도 안타를 쳐보지 못한 타자의
심정"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 크고 작은 헤지펀드들이 투자의 대가로 대접받는 로버트슨에게 위기를
타개할 묘안을 요청했지만 그 역시 "세계 금융시장이 지나치게 불안한 만큼
아무리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려해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 힘들다"라는
말만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자산규모 2백억달러의 타이거 펀드는 지난 7일 엔화 폭등으로 20억달러를
날린 것으로 보도됐다.

로버트슨은 또 헤지펀드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 "지나친 규제는
나쁘지만 과도한 부채에 대한 일정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펀드 매니저는 "롱텀에 구제금융을 제공해 헤지펀드가 싸잡아 비판
받고 있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한편 롱텀 캐피털 이후 부동산 전문 헤지펀드인 엘링턴 캐피털도 파산위기
에 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헤지펀드가 세계 금융불안에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