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창간 34돌] 석학/전문가 진단 (4) 아탈리 전 EBRD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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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가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더십 강화방안으로 국제통화 기금(IMF)을 전면 개혁하거나 대체할 다른
세계적 기구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테랑 전 프랑스대통령의 수석 자문관이었던 자크 아탈리는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세계중앙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난 45년에 발족된 브레튼우즈 체체를 전면 개혁하는 것만이 세계금융
시장의 무정부적 상황을 극복할수 있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 새로운 기구를 통해 투기자본을 규제해 보다 규율있는 국제 금융
시장을 만들어야만 현재의 세계적 위기를 진정시킬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 이와 별도로 범인류적 프로젝트의 추진이 가능하도록 세계 투자은행을
만들 것도 제창했다.
< 정리=조주현 기자 forest@ >
-----------------------------------------------------------------------
[[[ 특별기고 : 세계경제 ]]]
작년만 해도 우리 모두는 시장이 스스로 성장의 원동력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인정해 왔다.
그리고 지금은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국제기구들에
민간인들의 참여를 대폭 확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당시에는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눈앞에 보이는 상황은 다르다.
가장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 조차도 세계를 지금과 같은 혼돈의
상태속에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서방선진 7개국의 장관들이 모여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이를 반증한다.
또 이는 1945년에 만들어진 브레튼 우드체제로는 기술발전과 글로벌화로
인해 발생한 지금의 위험천만한 상태를 더이상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G7회담에서 IMF총회가 끝날 때까지 워싱턴에 모여들었던 각국 고위관리들의
한결같은 우려는 "이대로는 안된다.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총회장 복도에서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 ''IMF체제 개혁''이기도 했다.
이런 풍경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한마디로 지금 지구경제에는 리더십의 공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를 하나의 촌락으로 만든다고 해도 자유시장은 번성하지만 대부분의
촌락민들은 현재와 같은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다.
"지구촌"을 만들기 위해 지역별 통치조직과 경찰력 사법제도 은행 그리고
하나의 통화와 세금 등 필요하다는 생각은 아주 우스운 논리가 돼 버렸다.
지금은 그런 오랜 시간이 필요한 가상의 세계를 설계할 것이 아니라 세계를
통치할 하나의 중심적 기구를 시급히 설립해야 할 때다.
세계경제 상황은 전시상황이라고 해도 좋을 혼란스러워졌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심각한 침체와 혼돈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사실상 파산상태고 중남미도 붕괴 일보직전이다.
아시아는 국제사회의 논리를 따랐지만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이 위기를 벗어날 대안을 신중히 모색해야 할 때다.
단순히 자본시장의 개혁이라는 주제를 넘어서 시대와 정체성 그리고 존재
메커니즘에 대한 인식을 갖지 않으면 안될 때다.
지금 우리가 당장 관심을 쏟아야 할 분야는 세가지다.
첫째는 투기자본이 경제전체를 망치고 공황상태에 빠뜨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국의 통화를 지키는데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IMF가 운용할 수 있는 돈이라야 3백억달러정도가 고작이다.
전세계에는 1조달러가 넘는 돈들이 돌아다니고 있는데도 말이다.
단순히 돈만이 문제인 것도 아니다.
IMF는 구제금융이라는 미명하에 실제로는 헤지펀드와 선진국 금융기관들을
구제하고 있다.
도덕적 해이라고 말하지만 지금 도덕적 해이에 빠진 것은 채권자들이다.
IMF가 그렇게 만들었다.
결국 세계중앙은행을 설립하는 것 이외에는 해결의 방법이 없다.
이것이 지금 필요한 첫번째 선택이다.
세계중앙은행은 세계 주요국가의 중앙은행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갖춘
''개혁된 IMF''와 같은 형태가 될 것이다.
세계 중앙은행은 투기자본의 규모를 대폭 축소시키는 것을 당면한 사명으로
해야 한다.
민간은행들의 외화대출을 엄격히 감시하고 기축통화의 환율변동에 밴드
(band)를 설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세계중앙은행은 유럽통화시스템과 같은 세계통화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통화제도(EMS)가 유로(유럽 단일통화)의 창출을 이끌어 냈듯이 새로운
금융시스템은 세계단일 통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세계은행(IBRD)을 보완하고 대체할 다른 조직을 조속히 설립해야
한다.
바로 세계투자은행이다.
현재의 IBRD엔 재정에 관련된 프로젝트도 없고 실질적인 재원도 없다.
새로운 투자은행은 물 보호라든가 핵무기의 감축, 그리고 홍수예방 등
일자리를 만들고 인간다운 삶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만 관여하게 된다.
그 효과가 아주 먼 미래에 나타나는 이런 사업들엔 장기적인 지급 보증이
필요할 것이다.
세계투자은행은 이런 기능을 능히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인류애에 근거한 구원을 대신해 다른 방법으로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을 찾아야 한다.
세계는 1백명이 안되는 부유층이 중국의 연간 국민총생산(GDP)이상의 부를
소유하는 상황에 이를 만큼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치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세계의 부를 국제적으로 재분배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이 기구는 그래민은행이 방글라데시에서 한 것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하루에 약 2달러정도의 최소수입을 전세계 모든 사람에게 보장하는 역할
이다.
이러한 새로운 국제기구는 두가지 종류의 간접세를 통해서 재정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투기자본의 이동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핵에너지를
소비하는 데다 세금을 물리면 된다.
투기자본에 비용을 물리는 것은 도덕적으로 정당하고 효율적이기도 할
것이다.
그 명칭이 무엇이어도 좋다.
세금은 투기자본 1백만달러당 1달러정도면 된다.
이 정도면 현재 하루에 1달러도 못되는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두배
정도의 생활비를 지급할 수 있을 것이다.
투기자본 외에 재원을 부담할 주체가 있다면 핵에너지 사용자도 이 범주에
포함될 것이다.
핵에너지 등은 외부효과가 큰 사업들이며 이런 사업들로부터 비용을 염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이러한 메카니즘은 분명히
도입되어야 한다.
새로운 기구의 회원은 유엔회원국들이나 다른 기구들을 세우는데 참여한
국가들로 제한해도 된다.
사실 세계를 통치하는 기구의 설립은 오래전부터 논의돼왔던 것이다.
기술 발달로 돈을 들이지 않고, 또 관료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쉽게
설치하고 운영하는게 가능해졌다.
무엇보다도 조지 소로스 등 국제금융시장에서 파워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기구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새로운 세계기구들이 다름아닌 그들 자신의 이익도 보장해 줄 것이
라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활한 정치가들도 세계경제위기에 무력하게 대응하는 자신들을
국민들이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물론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제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두가지 점에서 그렇다.
우선 미국을 비롯한 패권국가들이 초국가적 기관을 설립하는데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주권 수호라는 미명아래 파워를 마음껏 행사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 이들 기관이 도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역설이기는 하지만 이는 현실이다.
두번째는 이러한 생각들이 진지하게 논의될 장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경제문제에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고 정작
IMF 자체도 자신들의 소멸에 대해 이야기할 가능성이 없다.
이번 IMF총회를 앞두고 있었던 여러가지 논쟁에서도 IMF의 관리들이 스스로
의 조직을 존속시키기 위해 다양한 발언들을 쏟아냈다는 점을 상기하자.
이런 사정들을 고려햐면 새로운 세계기구를 만들기 위한 토론의 장으로는
서방 선진7개국 회담이 가장 유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유한 국가들의 힘을 시장에 반영하려 하고 또 인도와 중국 등을
회원으로 넣지 않는 폐쇄성으로 볼 때 가능성에 의문이 간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를 논의할 장은 마련되야 한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책임을 감수하고 지금의 진공상태에서
이니시어티브를 잡을 수 있는 국가그룹이 나와야 한다.
우리가 자본시장의 문제들을 단지 표피적으로만 분석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욕만 있다면, 그리고 진정으로 정의로운 세계질서를
추구한다면 지금 균열의 소리를 점점 크게 내고 있는 세계금융구조의 붕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존재하고 있는 거의 모든 국제기구들은 경제적 재난과 전쟁후에
탄생된 것들이다.
국제노동기구나 국제연맹은 1차 세계대전후에 만들어졌다.
유엔과 IMF, IBRD는 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창설됐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탄생하기전 제3제국 독일이 어떤 선전 공세를 퍼부었으며
또 이를 막기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들을 경주했던가.
또 30년 대공황 당시 미국과 유럽이 어떤 어리석음을 되풀이했는지 돌아봐야
할 때이다.
전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려면 정말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나야만 하는 것인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더십 강화방안으로 국제통화 기금(IMF)을 전면 개혁하거나 대체할 다른
세계적 기구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테랑 전 프랑스대통령의 수석 자문관이었던 자크 아탈리는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세계중앙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난 45년에 발족된 브레튼우즈 체체를 전면 개혁하는 것만이 세계금융
시장의 무정부적 상황을 극복할수 있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 새로운 기구를 통해 투기자본을 규제해 보다 규율있는 국제 금융
시장을 만들어야만 현재의 세계적 위기를 진정시킬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 이와 별도로 범인류적 프로젝트의 추진이 가능하도록 세계 투자은행을
만들 것도 제창했다.
< 정리=조주현 기자 fore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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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 세계경제 ]]]
작년만 해도 우리 모두는 시장이 스스로 성장의 원동력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인정해 왔다.
그리고 지금은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국제기구들에
민간인들의 참여를 대폭 확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당시에는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눈앞에 보이는 상황은 다르다.
가장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 조차도 세계를 지금과 같은 혼돈의
상태속에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서방선진 7개국의 장관들이 모여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이를 반증한다.
또 이는 1945년에 만들어진 브레튼 우드체제로는 기술발전과 글로벌화로
인해 발생한 지금의 위험천만한 상태를 더이상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G7회담에서 IMF총회가 끝날 때까지 워싱턴에 모여들었던 각국 고위관리들의
한결같은 우려는 "이대로는 안된다.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총회장 복도에서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 ''IMF체제 개혁''이기도 했다.
이런 풍경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한마디로 지금 지구경제에는 리더십의 공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를 하나의 촌락으로 만든다고 해도 자유시장은 번성하지만 대부분의
촌락민들은 현재와 같은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다.
"지구촌"을 만들기 위해 지역별 통치조직과 경찰력 사법제도 은행 그리고
하나의 통화와 세금 등 필요하다는 생각은 아주 우스운 논리가 돼 버렸다.
지금은 그런 오랜 시간이 필요한 가상의 세계를 설계할 것이 아니라 세계를
통치할 하나의 중심적 기구를 시급히 설립해야 할 때다.
세계경제 상황은 전시상황이라고 해도 좋을 혼란스러워졌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심각한 침체와 혼돈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사실상 파산상태고 중남미도 붕괴 일보직전이다.
아시아는 국제사회의 논리를 따랐지만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이 위기를 벗어날 대안을 신중히 모색해야 할 때다.
단순히 자본시장의 개혁이라는 주제를 넘어서 시대와 정체성 그리고 존재
메커니즘에 대한 인식을 갖지 않으면 안될 때다.
지금 우리가 당장 관심을 쏟아야 할 분야는 세가지다.
첫째는 투기자본이 경제전체를 망치고 공황상태에 빠뜨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국의 통화를 지키는데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IMF가 운용할 수 있는 돈이라야 3백억달러정도가 고작이다.
전세계에는 1조달러가 넘는 돈들이 돌아다니고 있는데도 말이다.
단순히 돈만이 문제인 것도 아니다.
IMF는 구제금융이라는 미명하에 실제로는 헤지펀드와 선진국 금융기관들을
구제하고 있다.
도덕적 해이라고 말하지만 지금 도덕적 해이에 빠진 것은 채권자들이다.
IMF가 그렇게 만들었다.
결국 세계중앙은행을 설립하는 것 이외에는 해결의 방법이 없다.
이것이 지금 필요한 첫번째 선택이다.
세계중앙은행은 세계 주요국가의 중앙은행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갖춘
''개혁된 IMF''와 같은 형태가 될 것이다.
세계 중앙은행은 투기자본의 규모를 대폭 축소시키는 것을 당면한 사명으로
해야 한다.
민간은행들의 외화대출을 엄격히 감시하고 기축통화의 환율변동에 밴드
(band)를 설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세계중앙은행은 유럽통화시스템과 같은 세계통화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통화제도(EMS)가 유로(유럽 단일통화)의 창출을 이끌어 냈듯이 새로운
금융시스템은 세계단일 통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세계은행(IBRD)을 보완하고 대체할 다른 조직을 조속히 설립해야
한다.
바로 세계투자은행이다.
현재의 IBRD엔 재정에 관련된 프로젝트도 없고 실질적인 재원도 없다.
새로운 투자은행은 물 보호라든가 핵무기의 감축, 그리고 홍수예방 등
일자리를 만들고 인간다운 삶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만 관여하게 된다.
그 효과가 아주 먼 미래에 나타나는 이런 사업들엔 장기적인 지급 보증이
필요할 것이다.
세계투자은행은 이런 기능을 능히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인류애에 근거한 구원을 대신해 다른 방법으로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을 찾아야 한다.
세계는 1백명이 안되는 부유층이 중국의 연간 국민총생산(GDP)이상의 부를
소유하는 상황에 이를 만큼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치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세계의 부를 국제적으로 재분배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이 기구는 그래민은행이 방글라데시에서 한 것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하루에 약 2달러정도의 최소수입을 전세계 모든 사람에게 보장하는 역할
이다.
이러한 새로운 국제기구는 두가지 종류의 간접세를 통해서 재정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투기자본의 이동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핵에너지를
소비하는 데다 세금을 물리면 된다.
투기자본에 비용을 물리는 것은 도덕적으로 정당하고 효율적이기도 할
것이다.
그 명칭이 무엇이어도 좋다.
세금은 투기자본 1백만달러당 1달러정도면 된다.
이 정도면 현재 하루에 1달러도 못되는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두배
정도의 생활비를 지급할 수 있을 것이다.
투기자본 외에 재원을 부담할 주체가 있다면 핵에너지 사용자도 이 범주에
포함될 것이다.
핵에너지 등은 외부효과가 큰 사업들이며 이런 사업들로부터 비용을 염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이러한 메카니즘은 분명히
도입되어야 한다.
새로운 기구의 회원은 유엔회원국들이나 다른 기구들을 세우는데 참여한
국가들로 제한해도 된다.
사실 세계를 통치하는 기구의 설립은 오래전부터 논의돼왔던 것이다.
기술 발달로 돈을 들이지 않고, 또 관료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쉽게
설치하고 운영하는게 가능해졌다.
무엇보다도 조지 소로스 등 국제금융시장에서 파워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기구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새로운 세계기구들이 다름아닌 그들 자신의 이익도 보장해 줄 것이
라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활한 정치가들도 세계경제위기에 무력하게 대응하는 자신들을
국민들이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물론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제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두가지 점에서 그렇다.
우선 미국을 비롯한 패권국가들이 초국가적 기관을 설립하는데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주권 수호라는 미명아래 파워를 마음껏 행사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 이들 기관이 도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역설이기는 하지만 이는 현실이다.
두번째는 이러한 생각들이 진지하게 논의될 장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경제문제에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고 정작
IMF 자체도 자신들의 소멸에 대해 이야기할 가능성이 없다.
이번 IMF총회를 앞두고 있었던 여러가지 논쟁에서도 IMF의 관리들이 스스로
의 조직을 존속시키기 위해 다양한 발언들을 쏟아냈다는 점을 상기하자.
이런 사정들을 고려햐면 새로운 세계기구를 만들기 위한 토론의 장으로는
서방 선진7개국 회담이 가장 유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유한 국가들의 힘을 시장에 반영하려 하고 또 인도와 중국 등을
회원으로 넣지 않는 폐쇄성으로 볼 때 가능성에 의문이 간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를 논의할 장은 마련되야 한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책임을 감수하고 지금의 진공상태에서
이니시어티브를 잡을 수 있는 국가그룹이 나와야 한다.
우리가 자본시장의 문제들을 단지 표피적으로만 분석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욕만 있다면, 그리고 진정으로 정의로운 세계질서를
추구한다면 지금 균열의 소리를 점점 크게 내고 있는 세계금융구조의 붕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존재하고 있는 거의 모든 국제기구들은 경제적 재난과 전쟁후에
탄생된 것들이다.
국제노동기구나 국제연맹은 1차 세계대전후에 만들어졌다.
유엔과 IMF, IBRD는 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창설됐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탄생하기전 제3제국 독일이 어떤 선전 공세를 퍼부었으며
또 이를 막기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들을 경주했던가.
또 30년 대공황 당시 미국과 유럽이 어떤 어리석음을 되풀이했는지 돌아봐야
할 때이다.
전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려면 정말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나야만 하는 것인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