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화장지와 미국산 화장지는 같을까.

다르다는 게 정답이다.

한국산은 질기고 조직이 촘촘하다.

반면 미국산은 부드럽다.

이는 양국의 문화차이에서 비롯된다.

한국인은 화장지를 접어서 알뜰하게 사용한다.

반면 미국인은 구겨서 쓴다.

한번에 사용하는 양은 한국이 훨씬 적다.

따라서 질기게 만들어야 탈이 생기지 않는다.

유한킴벌리는 이런 소비자 취향을 철저히 분석, 제품생산에 반영한다.

이른바 제품의 현지화다.

아무리 세계수준의 품질을 갖춘 제품이라도 한국인이 사서 쓰지 않으면
소용없다.

유한킴벌리는 이를 위해 제품별 사업부에 시장조사를 담당하는 직원을
두고 있다.

이들은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과 공동으로 한국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세밀하게 파악한다.

조사대상엔 품질 소비자기호 습관 구매포인트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토대로 시제품생산에 들어가며 시제품은 또다시 수차례에 걸친
소비자반응테스트를 거쳐 비로소 시장에 나온다.

기저귀도 마찬가지.

한국 아이들이 차는 기저귀와 미국 아이들이 차는 기저귀도 다르다.

한국산 기저귀는 허벅지를 묶는 부분이 느슨하다.

반면 미국산은 빡빡하다.

이는 생활문화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국은 방바닥 문화고 미국은 카펫 문화다.

오물이 떨어져도 한국은 치우기 쉬운 반면 미국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한국은 오물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피부보호에 민감하다.

반면 미국은 카펫 청소에 신경을 쓴다.

유한킴벌리는 제품현지화만 적극 추진하는게 아니다.

인력도 1백% 현지화돼 있다.

임직원을 통틀어 외국인이 한명도 없다.

킴벌리가 70%를 갖고 있는 대주주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번돈은 전부 재투자한다.

단 한번도 수익을 본사로 가져간 적이 없다.

또 이 회사는 한국의 국토를 녹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가 바로 그것.

이 행사는 문국현 사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현지화가 안된 부분이 있다면 조직체계와 부정부패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일 것이다.

조직은 슬림 앤드 플랫(slim & flat)조직.

결재단계를 줄여 스피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

부정부패를 용납하지 않는 것도 미국 킴벌리의 스타일이다.

임직원은 수만원대의 선물이라도 받으면 반드시 회사에 신고하게 돼 있다.

또 권한이 하부에 대폭 이양돼 있는데 하급자가 맡은 업무에 상급자가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게 철칙이다.

이같은 현지화와 깨끗한 경영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해 매출 3천9백60억원에 순익은 1백25억원.

70년 창업이후 한해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