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주요기업 시설투자 집행 및
계획 조사"를 실시한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대표적인 제조업체들의 시설투자 추이를 분석함으로써 실물경기가
언제쯤 회복될지를 예상하기 위해서였다.

또 기업들이 느끼는 애로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IMF체제를 조기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발굴하겠다는 뜻도 있었다.

결론은 투자위축 국면이 지금처럼 지속되서는 1,2년내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무엇보다도 먼저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울 수 있는 내수경기회복책
과 금리인하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정책제언도 찾을 수 있었다.

조사결과를 요약 소개한다.

< 편집자 >

*** 조사대상 : 제조업 매출액순 주요기업(150개 표본중 141개 회수)/
내수기업(75) 수출기업(66)
*** 조사기간 : 9월21일~30일
*** 조사항목 : 97년, 98년및 99년 시설투자 실적 및 계획(연초,수정),
투자 부진사유, 투자 축소조정 패턴, 투자활성화 대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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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년 투자계획 ]

9월말 현재 36개 업체가 내년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계획을 세운 대기업은 1백5개사이다.

이들 기업의 내년 투자목표액은 모두 7조1천3백99억원이다.

올해 이들 기업의 투자예상액(수정계획 기준)은 8조4천9백86억원.

내년 투자는 이보다 16%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들 기업의 작년 투자실적은 16조5천9백31억원.

여기에 비해선 무려 57%가 축소되는 셈이다.

올해와 내년 2년치 투자를 합해도 97년 투자실적에 미치지 못한다.

수출기업의 경우는 내년에 3조9천8백3억원을 투자키로 해 감소율이 7.4%에
그쳤지만 내수기업의 경우는 올 예상실적보다 24.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업종별로는 중화학공업의 감소폭이 17.4%에 달했다.

경공업은 11.0% 증가로 나타나지만 올해 감소폭이 워낙 심해 수치상으로만
늘어난 경우다.

중화학공업 가운데서는 1차금속이 마이너스 41.5%로 감소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감소폭이 큰 업종은 조선(-29.1%) 정유(-24.4%) 자동차(-20.2%)
금속.기계(-9.3%) 비금속광물(-9.1%) 화학(-8.9%) 종이제품(-4.9%) 순이었다.

전기.전자는 유일하게 13.0%의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전기.전자의 내년 투자목표액 1조9천1백42억원은 지난해 실적의
40.5%밖에 되지 않는 금액이다.

경공업 가운데는 신발(-46.1%)과 나무제품(-44.3%) 등 업종의 투자감소가
눈에 띄었다.

고무제품(14.6%) 음식료품(13.4%) 섬유.의복(11.1%) 등은 올 예상실적
보다는 투자가 늘 것으로 나타났지만 역시 작년 실적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든
금액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응답기업 가운데 25.5%가 투자계획을 확정짓지 못할
정도로 기업들이 투자환경을 어둡게 보고 있다"며 "통계에서 빠진 삼성전자
등 대형사업장이 포함될 경우 내년 투자감소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올 투자집행 실적 및 수정계획 ]

올들어 지난 3.4분기까지 기업들의 시설투자 집행실적은 연초계획의 57.6%
에 그쳤다.

이는 예년수준인 75%에 크게 못미치는 것이다.

중화학의 투자집행실적은 58.7%로 그나마 이뤄진 편이다.

경공업은 40.9%로 계획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섬유.의복과 고무제품의 경우는 투자집행율이 각각 27.1% 27.5%에
머물렀다.

금속.기계도 38.6% 밖에 투자비를 집행하지 못했다.

예년수준의 투자집행율은 보인 업종은 75.7%의 투자집행율을 보인 종이산업
이 유일했다.

기타 조선(66.9%) 전기.전자(63.7%) 화학(55.2%) 정유(53.0%) 자동차(50.0%)
등의 순이었지만 집행율은 극히 저조했다.

집행율이 이렇게 크게 떨어지자 대부분의 업체들은 연초계획을 축소, 조정
했다.

연초계획을 수정해 투자규모를 줄인 업체는 조사대상 기업중 90.1%
(1백27개)나 됐다.

조사대상기업들이 연초에 세운 올 투자규모는 13조2천1백5억원이었지만
9월말 현재 수정계획은 연초계획보다 14.3% 줄어든 11조3천2백4억원으로
조정됐다.

시설투자 계획 조정폭은 수출기업이 마이너스 16.9%로 내수기업(-10.6%)
보다 컸다.

업종별로는 경공업(-31.8%)이 중화학공업(-13.2%)의 2배가 넘었다.

주요 기업들이 이처럼 올 투자계획을 축소 조정함에 따라 지난해 실적에
비해 43.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올 투자는 51.4%의 감소율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경공업의 경우는 수정된 올 투자계획 그대로 집행되더라도 작년보다 59.5%
나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섬유.의복(-84.2%) 비금속광물(-66.0%) 정유(-64.8%) 조선(-61.4%)
등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그외 전기.전자(-58.8%) 음식료품(-56.1%) 화학(-53.5%) 등 업종도 큰폭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집계됐다.

섬유업체 관계자는 "당장 운영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시설투자는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고 말했다.

[ 투자부진 이유 ]

기업들은 시설투자 집행실적이 이처럼 연초 계획에 비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로 내수침체(32.1%)를 들었다.

신용경색에 따른 고금리부담을 꼽은 업체들도 27.5%에 달했고 기업의
수익성 악화 때문이라고 응답한 기업도 17.3%나 됐다.

10.9%는 기업구조조정을 꼽아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투자위축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이밖에 과잉시설조정(4.6%) 수출부진(3.1%) 관련 기업부도(1.0%) 시설재
조달차질(0.3%) 등도 투자부진 원인으로 지적됐다.

수출기업은 시설투자가 부진했던 이유로 신용경색에 따른 고금리부담(33.3%)
을 내수침체(27.0%)보다 먼저 꼽았다.

내수기업은 반대로 내수침체(36.6%)를 고금리부담(22.3%) 보다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내수경기가 꺼지면서 만들어도 팔리지 않고
재고만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일부 업체의 경우 잉여 설비를 해외에
내다팔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시설투자 축소조정의 패턴 ]

"기존시설에 대한 확장투자"를 최우선 축소부문으로 꼽은 기업들이 55.6%나
됐다.

타업종 진출투자를 줄였다는 업체도 14.1%에 달해 주로 확장적인 사업을
축소함으로써 투자액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이와 동시에 신제품 생산투자까지 꺼리고 있는 것(13.3%)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공업의 경우 기존시설의 확장(76.0%)은 물론 기존시설의 개체.보수
투자(12.0%)마저 크게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산업기반이 크게 유실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자동화.합리화(2.2%) 연구개발(2.2%) 물류시설(2.2) 등 생산성
향상과 관련된 부문에 대한 투자는 축소대상에서 후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석유화학공업협회 관계자는 "생산설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확장투자
는 줄여도 개.보수투자는 유지해야 한다"며 보완투자 축소 추세에 우려를
표시했다.

[ 투자활성화 대책 ]

기업들은 침체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수경기 부양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41.4%).

이와함께 금리인하(27.9%) 신용경색해소(12.9%) 구조조정의 조기완료
(10.7%) 등 조치가 수반돼야 급랭된 투자심리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기업들은 내수경기부양(24.6%) 보다 금리인하(33.8%)가 우선돼야
한다고 보고 있는 반면 내수기업들은 내수경기부양(56.0%)을 꼽는 업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업종별로는 투자활성화 대책에 있어 상대적 비중의 차이가 컸다.

나무제품의 경우 66.7%가 내수경기부양을 든 것을 비롯 고무제품(66.7%)
비금속광물(64.3%) 자동차(60.0%) 음식료품(50.0%) 등 업종에서는 침체된
내수를 빨리 부양해야 투자가 살아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반면 조선업종의 60.0%를 비롯 화학(52.2%) 정유(50.0%) 등에선 금리인하를
우선과제로 꼽는 기업들이 많았다.

특히 사양산업으로 인식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섬유.의복의 경우는
50.0%의 업체들이 "구조조정 조기완료"를 투자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로
들었다.

[ 시설투자 축소 지속의 의미 ]

시설투자 감소세가 연 2년째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성장잠재력을 완전히 상실할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순환사이클에 의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막상 생산할 설비가 없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능력 부족으로 성장국면을 이어갈 수 없는 것이다.

전경련은 특히 3년에 한번씩은 반드시 해야 하는 기술투자 등 필수 불가결
한 투자까지 기업들이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가 심각한 위기
국면을 빠질 위험이 있다고 예상했다.

생산능력 뿐 아니라 생산성 효율 등 제조업 운영 전반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선 수입선다변화가 폐지돼 시장이 완전히 열리는 내년께부터는
내수시장이 순식간에 잠식당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뿐만 아니다.

투자위축이 지속되면 실업자 축소를 위한 고용창출은 더 멀어지게 된다.

소득이 없어 내수가 침체되고 결과적으로 다시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경련 김태일 조사1본부장(상무)은 "시설투자는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이
있을 때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자금 동원 능력이
있는 기업까지 보수적인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경영환경이 지극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조기에 금융구조조정 등을 매듭
지어 기업들이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투자의욕을 불태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