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석 <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여 동안 정부 공공기관 기업 금융기관을
위시한 사회 전반의 구조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일부에선 구조조정 일정이 늦어지고 있고 방법에 있어서도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힘"이 아닌 투명한 원칙과 절차에 기초한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외국인의 투자유치와 수출로 외환위기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게 되어 실업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이슈로 등장하게 되었고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세계
초일류기업의 수준과 비교하면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우리 경제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험하고 멀기만 하다.

우리의 과제는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이지만 궁극적
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이러한 과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미국 상무부가 금년 4월에 펴낸 "떠오르는 디지털경제"라는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RB)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은 오늘날 미국경제가
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정보화와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덕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과 일본의 국가경쟁력이 정보통신산업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는 주장이 점차 많은 사람들로부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정보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유의하여야 할 것은 정보화에 대한 투자자체가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10년동안 정보화에 대한 투자중 약 1조달러가 낭비
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이 금액은 3달러중 1달러가 잘못 투자됐다는 얘기다.

또한 정보화에 대한 투자가 단순히 기존업무의 전산화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투자효과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가 여기에서 놓쳐서는 안될 사실은 미국이 90년대 이후 경쟁력을
회복하고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는 근저에는 정보화에 대한 투자와 함께
대대적인 업무혁신(리엔지니어링)을 동시에 추진했다는 점이다.

지난 5년여 동안 미국의 포천 5백대 기업 모두가 리엔지니어링을 추진할
정도로 정보기술이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도록 일하는 프로세스를 바꾸고
경영의 질을 혁신하였다.

우리가 혼신의 노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이 단순히 사람을 줄이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만으로는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다.

이제 일하는 방식도 세계 일류기업 수준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되고 이러한
내부경영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가 기대하는 IMF로부터의 독립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금년에 추진되었던 구조조정이 리스트럭처링과 다운사이징과 같은 감량
경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내년부터 시작되는 2차 구조조정은 정보기술
을 근간으로 한 질적 혁신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이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산업화시대에 요구되던 피와 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식과 정보가 기반이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만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