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제의 대표 산업중 하나인 모직과 화학섬유산업이 최근들어 뚜렷한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련 업체가 몰려 있는 사하구 신평동 염색공단에서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고 수출품을 컨테이너에 선적하느라 바쁜 손길을 놀린다.

공단에 입주한 50여개 업체의 가동률은 놀랍게도 1백%.

전국 최고의 부도율을 기록하고 있는 부산지역에서 유일하게 부도율 0%를
보이고 있는 호황지대다.

IMF 한파에 따른 내수부진이야 어쩔 수 없지만 이 공백을 수출증가로
메우며 3천3백여명의 고용인력을 감원없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모직생산업체 (주)왕벌의 경우 지난해말부터 남미
일본 홍콩시장 등을 적극 공략, 최근 외국바이어들로부터 주문이 크게
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근에는 캐나다에 지사를 설치해 북미시장도 개척중이다.

박상운 상무는 "수출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며 "이에 따라 전체
매출도 지난해 4백60억원대에서 올해에는 5백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
이라고 전망했다.

부산방직공업과 한신모방 등 내로라하는 모직업체들의 매출도 수출 증가와
환율인상 등에 힘입어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최소한 IMF체제 이전과 비슷하거나 이를 웃돌아 각각 5백억원과 3백억원
정도의 매출을 보일 것이라는게 회사 관계자들의 말이다.

화학섬유업체들도 좋은 편이다.

(주)화승T&C는 올들어 홍콩시장을 공략한 것과 신제품개발, 원가절감운동
등을 전개한 것이 매출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매출 4백40억원에 6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연말까지 목표액인 7백억원대를 무난히 넘어설 것이라는게 심영인 상무의
말이다.

이처럼 부산의 염색공단이 경쟁력을 가질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50년에
가까운 역사적 전통과 기술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경남 염색공업협동조합의 윤주섭 상무이사는 "국내 섬유산업의 발상지
는 바로 부산"이라며 "대규모 기계설비와 독자 기술력 등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각종 무늬와 색깔이 입혀진 완제품 옷감들의 품질수준은 세계
최상인 이탈리아 제품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모직산업은 화학섬유보다 2.5배 정도 부가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잘만 운영한다면 섬유산업이 지역의 효자산업으로 부상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염색공단이 협동화단지로 구성된 점도 장점중 하나다.

전력 전기사용료가 일반공단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폐수처리도 일괄
처리돼 민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등 공단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도 염색공단의 경쟁력을 설명하는 한
요인이다.

부산항 인근에 위치해 운반비가 적게 들고 운송기간이 줄어들어 수출납기를
맞추는데도 적격이다.

이처럼 경기가 활황세를 보임에 따라 염색업체들은 차제에 보다 확고한
산업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내년부터 본격 전성기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녹산공단에 7만평
부지를 확보, 규모의 경제를 꾀하고 있다.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도 오는 11월 4일부터 5일동안 사직체육관에서
부산섬유패션대축제를 열어 분위기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섬유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동시에 전문인력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 부산=김태현 기자 hyun11@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