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의 국내 상륙이 임박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방문기간 동안 어떤 형태로든 대중문화 개방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여 양국 문화계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빠르면 내년초에 라이브공연 등 일부 분야에서부터 개방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영화 음반 라이브공연 방송 광고 등 그동안 닫혔던 모든 분야를
개방한다는 원칙아래 막판 조율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부문을 동시에 개방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단계적 개방을
추진할 계획이다.

단계적 개방은 문화적 파급효과가 적은 분야를 먼저 열면서 차츰 문호를
넓혀 전면 개방으로 나가는 형태다.

영상매체의 경우 영화를 먼저 들여오고 비디오와 방송은 나중에 개방하는
순서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요시장은 일본가수의 국내공연을 우선 허용하고 음반판매와 가요방송
순으로 개방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순서로 개방이 추진돼 두나라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2002년 월드컵
이전에는 대중문화가 전면 개방될 것으로 점쳐진다.

대중문화 개방이 단행되면 한.일간 합작사업이 적극 추진될 전망이다.

이미 음반 영상 등 여러분야에서 합작을 위한 물밑작업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일본 대중문화유입은 단기적으로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국제영화제에 일본 영화들이 높은 관심을 끌었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대중문화가 일단 호기심의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년층에서는 문화향수를, 젊은층에서는 문화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켜
우리 문화에 폐해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우리 문화산업의 대외경쟁력을 높이고 문화를
살찌우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는게 문화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일본개방을 분석, 최근 발표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 분석"보고서에서 2002년까지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의 30~35%, 영화 음반 비디오 등은 10~15%를 일본 상품이
점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소는 2002년에 국내 영화 음반 비디오및 애니메이션 시장규모는
1조원을 넘을 것이나 이중 국내 생산물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약 4천2백
33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국내 문화산업계가 일본 문화 수입으로 입는 매출 감소액은 2백억~
2백50억원정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개방시기가 영화(애니메이션 포함)와 음반의 경우 99년초,
비디오는 2000년초가 적합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반면 방송시장은 최대한 개방을 늦춰 2001년말~2002년초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본 대중문화의 유입은 초기에 어떤 형태로든 우리에게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대처하기에 따라 우리 문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게 문화계의 시각이다.

애니메이션이나 라이브 공연등에서 일본이 갖고 있는 세계적 수준의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일본대중문화를 발전적으로 수용, 우리 문화와 산업을 살찌우는
자양분으로 활용해 나가는 것이 과제인 셈이다.

최영철 교수(한양대)는 "일본문화의 개방은 외래 문화유입이라는 일면적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한국 문화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회로
인식해야 할 것"이라면서 "문화개방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