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전11시 30분 김성훈 농림부장관이 기자실을 찾아왔다.

9월15일을 기준으로 조사한 전국쌀작황통계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김장관의 설명내용은 연초의 잦은 비와 이상기후로 쌀작황이 나쁠 것으로
예상됐으나 8월하순이후 날씨가 순조로와 3년연속 풍작이 기대된다는 것이
었다.

김장관은 "지난 봄과 여름에 발생한 게릴라성 폭우와 벼병충해로 농민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며 "그런대도 풍작을 기대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장관은 "앞으로 10일간만 날씨가 좋다면 9.15작황예상치인 3천5백64만석
보다 많은 3천6백만석의 수확이 예상된다"고 자신했다.

김장관은 설명말미에 "풍작이라고 서둘러 말하는 것이 방정을 떠는 것은
아닌 지 모르겠다"며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하루후인 30일 김장관이 우려했던 "방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제9호 태풍 "야니"가 갑작스럽게 한반도로 북상, 여름내내 땀흘려 일궈놓은
벼농사를 망쳐놓았다.

피해규모도 엄청나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전남은 전체 벼재배면적의 53%가
침수되거나 벼가 쓰러져 농민들의 마음을 찢어놓았다.

부산 50%, 광주 48.9%, 경남 46.8%, 울산 32.2% 등 전국적으로 22.4%의
벼가 태풍에 희생됐다.

하늘이 하는 일을 어찌 알까마는 농정을 책임지는 김장관으로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게 됐다.

< 고기완 사회1부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