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벼랑끝에 서있다.

선진국 개도국을 가릴것 없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모두 성한구석이 없다.

국제금융기관과 민간연구소들의 ''세계경제 파국''경고도 잇따른다.

세계경제 지도자들이 1일 일제히 경기부양책을 촉구한 것은 그만큼
세계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로버트 루빈 미국재무장관,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준리(FRB)의장, 미셀
캉드시 국제통화기금(IMF)총재,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IBRD)총재는 이날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 각국이 경기부양에 나서고 금융시스템을 개혁하라고
촉구했다.

사실 세계경제는 이미 침체의 문턱에 와있다.

일본과 아시아환란국들은 마이너스성장에 빠져들었고 미국경제도 성장둔화
기색이 완연하다.

유럽경기도 둔화되기 시작했고 러시아경제는 궤멸상태다.

중남미경제도 뒷걸음중이다.

이때문에 세계경제의 공황론은 우려수준을 넘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경제는 올해 예상성장률이 마이너스 2.5%로 전후 최악이다.

독일등 유럽경제는 성장률이 작년의 3%선에서 2%대로 둔화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미국은 지난 2.4분기 성장률이 1%대(1.8%)로
추락했다.

곧 발표될 3.4분기 성장률은 이보다 더 떨어질 전망이어서 단순히 둔화에
그치지 않고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와튼경제연구소(WEFA)는 미국경제성장률이 내년에 마이너스 0.7%, 2000년
에는 마이너스 2.7%로 후퇴할 것으로 전망, 충격을 주고 있다.

환란을 겪고 있는 동남아각국은 성장률이 모두 마이너스 5-10%로 성장률을
논할 처지도 못된다.

브라질등 중남미경제 역시 다시 "잃어버린 10년"의 지난 80년대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증시침체는 공황의 전조다.

세계주가는 지구적인 공황에 대한 우려로 날개를 잃었다.

IMF의 세계경기침체 경고,미국의 금리 소폭인하로 위기감은 증폭되고 있다.

이와중에 아시아 경제위기를 몰고온 헤지펀드업계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은 심화되고 있다.

얼마전 미국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가 도산위기에 몰린데 이어
컨버전스어셋, 에베레스트캐피탈등 다른 헤지펀드들도 자본금의 절반이상을
잃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1일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2백10.09포인트(2.68%) 급락한
7천6백32.53에 마감됐다.

만일 7천선이 붕괴되면 세계금융대란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반해 30년만기 미재무부채권값은 전날에 이어 다시 급등,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인 연4.891%로 떨어졌다.

증시에 불안을 느낀 자금이 채권으로 몰린 탓이었다.

자금의 채권집중은 경기전망이 어두울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더구나 이날 국제금값까지 온스당 3달러나 치솟았다.

금은 경제위기시 최후의 자금도피처.

그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던 금값의 폭등은 국제금융시장이 얼마나
불안한가를 보여주고도 남는다.

유럽주가도 2일 전날에 이어 또다시 폭락했다.

독일과 프랑스 증시는 개장과 동시에 5%이상 하락했고 영국주가도 3%가량
떨어졌다.

중남미는 더 심했다.

브라질 멕시코 베네수엘라가 모두 5-10%씩 추락했다.

주가폭락세는 2일 아시아증시로 이어졌다.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가 이날 한때 지난 86년 1월이후 처음으로
1만3천엔선 아래로 내려가고 대만등 다른 아시아주가도 1-4%씩 떨어졌다.

달러당 1백35엔수준에서 불안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엔화도 언제라도
폭락할수 있다.

일본경제상태가 워낙 좋지않아 또다시 달러당 1백50엔선으로 급락,
세계금융시장을 혼돈으로 몰아갈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위기심화로 선진7개국(G7)과 개도국, IMF와 IBRD등 국제금융기구는
위기극복책을 찾느라 분주하다.

G7의 공동금리인하, 국제금융체제개혁, 경제위기국에 대한 지원강화등이
위기처방전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각국마다 입장이 달라 획기적인 대책이 나올것 같지 않다.

위기에는 공감하면서도 공동대책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는 사이에
세계경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