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관 < 천연물탐색실 팀장 >

종근당은 국내최대의 항생제 전문 메이커다.

항생제는 미생물이 분비하는 유익한 물질을 추출해 질병을 일으키는 각종
미생물을 죽이는 약이다.

지난 65년 국내최대의 항생제 합성공장을 지었고 이후 30여년간 항생제에
관한 한 남다른 노하우를 쌓아왔다.

지난 97년10월 세계에서 두번째로 고지혈증 치료제 "로바로드"(성분명
로바스타틴)를 개발, 상품화한 것은 이러한 기술 축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로바스타틴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토양에서 천연물 시료를 추출해야 한다.

여기서 미생물을 분리해낸후 발효과정을 거쳐 물질의 유효성을 스크리닝
한다.

유효한 물질을 정제해낸후 임상시험을 거치면 신약(신제품)이 나온다.

흙 1g속에는 각종 미생물이 약3백만개 들어있다.

각 지역마다 토질이 다르기 때문에 현재까지 존지구상에 존재가 밝혀진
미생물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실정이다.

흙이야 말로 인류가 개척해야할 자원의 보고인 셈이다.

필자는 15년째 흙에서 의약품으로 쓸만한 미생물을 탐색하는 작업을
수행해왔다.

외람되지만 "흙도사" "균도사" "균마니"로 불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균마니는 균과 심마니의 합성어다.

현미경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인류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유용한 세균이
득실거린다.

그 많은 미생물속에서 치료제를 찾는다는 것은 심마니가 1백년 묵은 산삼을
찾아내는 것 만큼 어렵고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매일 목욕재계하고 출근해 참선한후 현미경 앞에 앉는 일과에 대해 동료들은
심마니가 산에 오르기 전에 행하는 일종의 의례와 비슷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몇년전 고지혈증치료제인 "로바로드"를 생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균주를 개발한 것은 "길몽"을 꾸었던 날이다.

필자는 전국의 토양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오르지 않은 산이 없다.

심지어 남극 분뇨처리장 쓰레기장도 가리지 않는다.

승용차에는 항상 삽 용기 운동화 등을 가지고 다니며 언제라도 샘플을 뜰
채비를 갖추고 있다.

면역억제제 "사이폴-엔"(성분명 사이클로스포린)의 생산균주도 이같은
채집과정에서 얻어졌다.

로바로드나 사이폴-엔은 원료에서 완제품까지 전공정을 종근당 자체에서
실행하는 순수국산 첨단제품이다.

로바로드는 지난 3월 출시돼 호평을 얻었다.

국내 대형종합병원들은 그동안 외국에 비싼 로열티를 주고 원료를 수입,
가공생산된 제품을 구입해왔기 때문이다.

금년엔 약 2백원에 이르는 국내시장에서 2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내년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신약개발 성공은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지만 리스크도 높다.

최종임상에 착수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우수한 신약후보물질을 헐값으로
개발도중 외국업체에 입도선매하는 것도 흔하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흙이나 동식물에서 세균을 발굴해 의약품이 될
만한 것을 건져내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신약개발 방법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회사처럼 대량생산에 필요한 발효 합성시설을 갖추는 것이
선결조건이다.

가능성 있는 연구에 역량을 몰아주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