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IMF체제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방향을 잃고
있다.

대기업 계열 18개 제약사중 절반 가량이 지난 6월 퇴출대상업체로
선정됐거나 부도를 맞는 등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섰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해 대도제약을 인수했으나 부실퇴출기업으로 선정돼
정리절차 실행을 눈앞에 두고 있어 향후 투자를 계속해야할지 고심중이다.

삼성은 당초 대도제약을 인수할 때 삼성의료원 삼성생명과학연구소 등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한편 미국 생명공학계열의 벤처기업과도 제휴해
정밀화학사업군내 생명공학산업의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릴
구상이었다.

특히 2010년까지 신약개발능력을 가진 다국적 제약회사로 발전한다는
전략까지 수립했던 터였다.

한보그룹의 상아제약은 그룹 자체가 와해되면서 더불어 부도를 맞은 경우.

상아제약은 한때 미국 제약벤처기업 아비론과 제휴, 코에 분무하는 독감
예방 백신까지 개발했으나 결국은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진로그룹 제약사업부 역시 모기업이 흔들림에 따라 구조조정속에서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일화도 퇴출기업에 올라 제약산업 유지가 사실상 좌절될 위기에 놓여 있다.

한일합섬은 신창약품을 인수해 성진제약으로 출범시켰으나 그룹 자체가
퇴출되면서 하루앞을 기약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밖에 삼양사 대상 한화 신동방그룹 등도 제약산업에 진출, 의욕적인
영업을 하고 있으나 IMF사태에 따른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호조를 보이는 기업도 있다.

삼천리제약은 지난해부터 에이즈치료제 원료수출이 호황을 보여 재무구조가
건실한 상태.

붙이는 관절염치료제 "케토톱"을 히트시킨 태평양제약도 성공적인 진출
사례로 꼽힌다.

SK제약 코오롱제약도 그런대로 나은 경영지표를 보이고 있다.

애당초 대기업들이 제약업에 진출한 이유는 거대 자본과 높은 연구수준을
활용하면 첨단 고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점자의 기득권은 쉽게 공략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막강한 영업력을 갖추고 해방 이후부터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중견
제약사들은 나름대로의 생존 지혜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시장침투가 여의치 않자 대기업들은 한때 연구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명분 아래 건강식품및 자양강장드링크 영업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이미지만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을 뿐 내실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결국 대기업은 대기업답게 과감한 연구투자로 신약개발에 나서야 한다는게
지배적인 여론이자 시장이 가르치는 교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