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 평생의 소원을 들어주세요.

저는 3대 독자입니다.

아들만 하나 갖게 해주세요"

지팡이 짚은 60대 환자 한 분이 진료실에 들어오더니 이렇게 하소연한다.

한맺힌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골 부농의 3대 독자인 M씨는 40년전에 군에서
작전중 그만 척추손상을 받았다.

겨우 목발을 짚고 걸을수 있는 상태의 부분마비가 된 환자였다.

장애인이 되어 결혼을 못하고 지내다가 40세가 넘어서야 결혼을 했다.

결혼후 백년해로를 기약했으나 성생활이 안되니 6개월도 안돼서 부인이
떠나버렸다.

그후에도 계속 5번이나 결혼을 했으나 부인들이 모두 견디지 못하고 곁을
떠났다.

이제 서서히 인생의 황혼길로 접어드니 대를 이을 아들을 갖기가 무엇보다
간절했다.

물론 옆에서 같이 도와줄 반려자도 필요했다.

지난 93년 우연히 발기장애도 수술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병원에서 발기부전 수술을 받았으나 한번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절망상태로
지냈다.

이대로 인생을 포기하기가 너무 허무해서 마지막으로 필자에게 찾아왔다고
눈물어린 호소를 했다.

수술 받은 것을 조사해보니 3조각 팽창형 음경보형물을 삽입했는데 작동이
안되고 있었다.

무리하게 사용하다가는 가끔 고장이 나는 수가 있으나 처음부터 사용을
못했다니 영 이해가 안됐다.

"고칠수 있겠습니까"

"예, 수술을 하면 가능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수술날짜를 정하고 들어가보니 어찌된 일인지, 타이어에 펑크가 난 것처럼
실린더가 터져 있어서 작동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새로 교체하고 보니 이제 완전히 제기능을 찾았다.

작동시켜보니 완전히 단단하게 솟구쳐 올랐다.

"자 보세요,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아 정말 제기능이 나타나는군요, 죽은 자식이 살아온 것 같습니다"

수술후 완치되고 퇴원할때 필자는 말했다.

"이제 완전히 제기능을 찾았고 정액만 나오면 아들을 가질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사정을 안해서 정상적인 성행위로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만
만약 사정이 안되면 전기자극으로 인공사정을 시킬수도 있습니다"

필자의 손을 꼭 잡고 감사해하는 M씨의 두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어서 좋은 파트너 만나서 아들 낳고 평생 잘 지내세요"

틀림없이 멀지 않아 떡두꺼비 같은 아들 낳고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며
뿌듯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