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문화관광부장관이 정보통신부장관에게 항의성자료를 보냈다.

최근 정보통신부가 케이블TV대책을 독자적으로 발표하면서 앞서나가자
방송 주무부처로서의 불편한 입장을 정리한 내용이다.

이같은 자료가 발송된후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주최로
23일 열릴 예정이던 케이블TV 회생대책 세미나는 취소되고 말았다.

요즘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는 종합유선방송과 중계유선방송의 통합문제와
관련, 관할업계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겉으론 대리전이지만 사실상 과거 공보처시절부터 내려온 방송정책 주도권
다툼이다.

최근 종합유선방송국(SO)과 중계유선방송업자들이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국민회의 방송법 관계자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통합방송법에 중계유선방송 관련조항을 삽입한다는 전제로 업계입장을 조율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프로그램 공급업체(PP)의 프로그램 전송시기를
놓고 양측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바람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중계유선방송업자들은 즉각 PP프로그램의 송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SO는 그럴 경우 단일사업권역내에 복수SO가 생겨 사업성이 악화된다며
반대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남북회담보다 힘든 자리"라고 말했다.

업계의 대립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전체를
보지않고 각각 관할하고 있는 중계유선방송과 종합유선방송의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보면 현재의 갈등은 당시 공보처와 정보통신부가 중계유선의
실체를 고려하지 않고 밥그릇싸움을 하면서 케이블TV정책을 수립했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해가 상반되는 업체들이 서로의 주장을 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업계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할 정부부처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정책의 큰 틀이 될 통합방송법 제정을 눈앞에 두고 두 부처가 밥그릇
싸움을 재연하고 있어 씁쓸한 느낌이 든다.

"국민의 정부"시대에 말이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