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투자에서 개인대출로.

삼성생명이 총 33조원이 넘는 거대 자산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리 리스크가 높아진 채권투자를 자제하는 대신 부동산을 담보로한
개인대출에 주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생명의 이같은 궤도 수정은 국내 자본시장은 물론 자금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자체 운용자산이 클 뿐만 아니라 교보 대한 제일 흥국 등 다른 보험사의
전략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자산운용현황을 보면 그동안 채권 투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뚜렷하게 드러난다.

7월말현재 이 회사의 채권보유규모는 총 5조9천4백86억원.

97 사업연도말인 3월말에 비해 무려 9천2백37억원이 늘어난 것.

반면 기업이나 개인에게 나간 대출은 3월말보다 4천4백57억원이 줄어든
15조2천6백81억원을 기록했다.

또하나 특이한 점은 은행 등에 맡겨놓은 현 예금은 7월말 3조8천2백45억원
으로 4개월동안 9천3백13억원이나 격감했다.

이는 지난 4월이후 해약건수가 줄어들면서 유동성문제가 점차 해결됐음을
의미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실 삼성생명의 투자전략은 올들어 수비의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IMF체제의 직격탄을 받은 금년 1,2월 유동성문제가 거론될 정도로 자금사정
이 빡빡해지자 대출을 중단하고 손해를 감수한 주식매각에 나섰다.

이탈되는 자금을 막기 위해 슈퍼재테크 등 고금리 상품을 내놓는 등
고육지책을 쓰기도 했다.

이와동시에 높은 수익을 보장해 주던 채권 투자에 역점을 두었다.

자금조달 코스트가 높은 자금을 굴리면서 당시 최대현안이었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채권투자 만큼 안성마춤인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중구 삼성생명 사장도 "유동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투자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지속되던 채권위주의 투자전략은 개인대출쪽으로 무게중심을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이 회사는 9월들어 개인부동산담보대출 한도를 종전의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리고 계약자가 아닌 일반인으로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한 관계자는 "현재 연 17.5-18.5%선인 금리도 시중실세금리의 추이를 봐
가며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이같은 움직임이 정부의 금리인하및 경기부양방침과 맞물려 성공을
거둘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송재조 기자 songj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