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는 17일 로만 헤어초크 독일대통령을 초청해 "독일개혁과
동아시아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교내 이냐시오관 강당에서 열린 이날 강연회에서 독일 뮌스터대학의 파울
케벤회스테르 교수(정치학)는 "위기의 동반자"라는 강연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의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강조했다.

케벤회스테르 교수는 특히 "한국은 강한 타격을 받으면 일단 무릎을
꿇더라도 다시 일어나 싸우는 인파이터의 면모를 보여왔다"고 지적하고
"한국경제는 곧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경제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리=이건호 기자 leek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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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EU)의 대 아시아정책은
지속적인 유대강화로 요약할수 있다.

세계화와 경제적 상호의존도 심화, 아시아의 경제위기 등을 맞아 미국
유럽연합 일본은 부담을 분담(burden sharing)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지역간 협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으로
조직화되면서 경제협력 차원을 넘어서 지속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가 동반자적 관계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중요하고도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아직은 정보교환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초기단계라고 할수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관계는 9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 본질적인 변화를 겪었다.

국제체제의 변화가 원인이 됐다.

냉전시대의 양극화된 세계질서가 다극화된 세계로 변화됐다.

그 양상은 지역적인 경제권 형성과 정치.경제적인 상호의존 증가로 요약
된다.

아시아의 역동적 경제성장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및 그 협력체들은 이
지역을 하나의 정치적 권력체제로 만들었다.

90년대 들어 이러한 변화를 인식한 독일 및 유럽연합 국가들은 아시아
정책을 새롭게 가다듬게 됐다.

93년 독일연방정부의 아시아 정책과 94년 유럽연합이 기안한 아시아 전략은
유럽이 아시아에 새로운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점은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의 활발한 경제적 활동이 지속적
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개발정책과 과학기술영역의 협력을 통해 광범위한 동반자 관계를 촉진
한다는 것이었다.

유럽과 아시아의 동반자 관계는 양지역간 경제 협력과 정치.문화적 대화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통해 이뤄지는 것만 봐도 그 중요성을 잘 알수
있다.

아시아에 대한 유럽의 관심은 경제위기속에서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96년 말까지만 해도 아시아 경제는 정상적인 듯이 보였다.

2020년까지 아시아 7개국가가 세계 10대 경제주도국에 속하게 되리라는
세계은행의 예상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당시 예측에 의하면 이들 7개국가는 중국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태국
대만 등이었다.

유럽국가중에서는 독일과 프랑스 정도가 10대 경제주도국에 속하게 될
것으로 예측됐었다.

그런데 아시아 경제기적의 주역국가들이 세계화(Globalisierung)의 첫번째
희생양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해 아시아의 꿈이 좌절되는 것을 지켜봤다.

"네마리의 작은 호랑이"는 세계경제의 본보기에서 불안정성의 표본으로
전락했다.

태국에서 시작된 통화위기는 말레이시아 홍콩 인도네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이어졌다.

98년도 경제성장율은 크게 떨어졌고 언제 회복될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과거 아시아경제가 얼마나 자주 위기상황을 극복해 왔는가를 고려해
본다면 경제회복이 미국이나 중남미의 경우에서 처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강한 타격을 받으면 일단 무릎을 꿇더라도 다시 일어나 싸우는
"복서"(boxer)의 면모를 과시해 왔다.

이 복서가 이번이라고 바닥에 뻗어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지난 1월20일 다보스경제포럼에 참석한 연사들은 아시아가 곧
위기를 극복하고 일어서서 세계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견해에 공감했던
것이다.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아시아는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교훈을 얻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서 지역적 위기는 전세계적인 위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세계화로 인해 국민국가의 국경과 시장의 경계선은 사라졌다.

독일 외무장관 킨켈(Kinkel)은 지난 7월1일 독일대외정책협회의 연설에서
세계화시대의 "게임의 법칙"을 만드는데 참여하는 것은 독일외교의 커다란
현안이자 미래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시아의 통화위기로 세계경제의 예상성장률을
4.1%에서 3.5%로 수정할수 밖에 없었다.

아시아국가의 예상성장률은 6.8%에서 5.7%로 낮아졌다.

주요 국제기구의 전망에 따르면 아시아 위기가 유럽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따라서 독일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리라고 한다.

독일 경제연구소들은 아시아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98년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0.8%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위기로 국제 금융시스템의 약점은 분명히 드러났다.

전세계적 금융위기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제적이며 국내적인 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미 "금융체제의 새로운 구축"(IMF총재 스탠리 피셔)으로 명명된 금융
개혁의 기본골격이 거론되고 있다.

주요 골자는 정보체계와 감시체계를 개선하자는 것.

은행시스템의 제도적 개혁도 포함돼 있다.

기존 금융제도의 본질적 문제점은 국제적차원의 금융시스템 자유화에
상응하는 국내의 제도적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의 흐름에 대해 경제적 효력이 있는 통제장치가 전무한 상태에서 금융
시장의 세계화가 너무 빨리 진행됐다는 말이다.

지난 3월 런던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서 유럽의 경제지원방침은
더욱 확고해졌다.

유럽은 아시아의 입장에서 위기시 책임있는 지원을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독일정부와 기업들도 아시아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이같은 방침은 제7회 아시아.태평양 회의의 "안정된 동반자관계와 새로운
역동성"이라는 모토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렉스로트(Rexrodt) 경제장관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
하는 비중은 전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 지역은 예나 지금이나 21세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독일은 아시아지역에서 건전한 경제를 일구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나라가 일본 중국 한국이라고 보고 있다.

독일 및 유럽국가와 아시아 국가간의 협력관계는 경제협력의 강화로만
나타나지는 않는다.

90년대 양 지역간의 정치.문화적 교류 역시 중요했다.

그 한 예가 아시아.유럽정상회의와 아세안 지역안보포럼의 지역간 회의에서
이뤄진 국제협력 프로그램들이었다.

"아시아.유럽의 모임"인 아시아.유럽정상회의의 설립은 원래는 동남아국가
연합에서 제안한 것이었고 유럽연합은 이를 적극 환영했다.

이러한 지역간 대화를 통해 국제관계의 빈 틈이 메워졌다.

4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간에 대화가 이뤄져 왔고 89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의 결성으로 태평양에서 대화의 장이 열렸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대화를 위한 기본틀은 없었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로 지역간 대화의 네트워크가 완결됐으며 이는 국제
관계의 복잡한 상호의존성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예증이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는 경제협력 외에도 정치적 대화의 강화 및 여타
학술문화분야의 협력을 추진해 왔다.

정치적 분야에서는 국제안보, 환경보호를 위한 협력, 조직범죄에의 공동
대처, 마약문제 등을 다뤘으며 문화분야에서는 아시아.유럽재단의 활동을
강화했다.

90년대 들어 유럽과 아시아의 협력관계는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경제위기 때문에 양지역간 관계에서 경제영역은 축소됐지만 정치적.
안보정책적 대화는 이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활동은 아직 초창기에 있다.

2000년대에는 국제관계가 새롭게 정의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과 독일 정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