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Korea 21] 외국인과의 대화 : 'M&A시장/투자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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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회생을 위한 최우선적 과제가 되고 있는 구조조정.
그것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제살을 과감히 도려내고 있다.
계열사나 일부 사업부문을 떼어내 외국기업에 매각하는 사례가 늘면서
M&A(기업인수합병)가 활기를 띠고 있다.
기업들은 적절한 "매각"을 통해 구조조정의 성과를 거두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한국의 경제위기와 개혁프로그램"을 주제로 한 외국인
좌담회시리즈 세번째로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M&A에 대한 얘기를 들어 보았다.
< 편집자 >
=======================================================================
[ 좌담 참석자 : 토니 헬샴 <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 >
터커 콕존 < 듀폰코리아 사장 >
조지 얀코비치 < 두산씨그램 사장 >
사회 : 전성철 < 국제변호사 > ]
<> 전성철 국제변호사(사회)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관리 경제체제로
전락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터커 콕존 듀폰코리아 사장 =한국의 대기업들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막대한 빚을 져가며 지나치게 외형성장만 추구했다.
정부나 기업 모두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몸집불리기에만 급급한 세계화에
골몰한 탓이다.
<> 조지 얀코비치 두산씨그램 사장 =한국기업들의 높은 부채비율이 그것을
말해 준다.
세계화정책도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구호만 있었지 구체적인 실행정책이 없었다.
지속적인 외형성장을 통해 세계 상위권의 경제대국이 돼야 한다는 마음만
앞섰다.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만 신경쓴 것이다.
좋은 예가 한국의 이동통신업계다.
서로 시장점유율 1위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토니 헬샴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 =불투명한 자금조달이나 흐름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자금조달과 사용에 대한 기업안팎의 견제와 통제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한국의 은행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 얀코비치 사장 =한보그룹이 그런 측면에서 전형적인 예를 보여 주고
있다.
<> 사회 =세계화가 국내 시장개방이라는 측면에서는 적절한 방향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업경영의 투명성, 금융자율성 확보 등 후속개혁조치를 마련하지
못한게 아쉬운 점이다.
세계화에 따른 개방으로 외국인들도 한국상황을 예전보다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 측면도 있는데.
<> 얀코비치 사장 =대다수 외국기업들은 지난해 봄에 이미 한국에서 일고
있는 불길한 조짐들을 눈치채고 있었다.
원화가치 폭락에 대비해 미리 외환헤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 헬샴 사장 =그런데 막상 한국의 대기업들은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기업총수 등 경영진이 변화에 너무 무감각했던 탓이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한국의 임원들은 국내외에서 돌아가는 상황에 더
무관심한 것 같다.
어떤 세미나를 앞두고 사장인 내가 직접 발표자료나 분석자료를 챙기고
있자니 직원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정도였다.
<> 사회 =한국의 개혁정책은 제대로 집행되고 있다고 보는가.
<> 얀코비치 사장 =나름대로 적절하게 위기 수습책에 나섰다고 본다.
가장 큰 문제는 개혁과정에서 불거지는 노사갈등이다.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과정에서 그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났다.
무조건 기업들에 정리해고를 촉구하기 전에 실업관련 사회보장제도나
인프라를 구축했어야 한다.
실업자를 다독거려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게 급선무다.
한국정부가 기업들과 노동자들 사이에서 윤활유가 돼 지속적으로 의사소통의
통로를 만들어 주도록 해야 한다.
<> 헬샴 사장 =우선적으로 금융권 개혁에 주안점을 둔 것은 참 잘한 일이다.
문제는 개혁속도가 늦다는 것이다.
M&A가 이뤄지되 그것은 원가를 절감하고 불필요한 생산설비를 없애는
방향이어야 한다.
중복투자와 과잉설비문제가 심각하다.
문을 닫을 곳은 과감히 폐쇄해야 할 것이다.
M&A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 합병이나 빅딜을 고집할게 아니라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
노사정협의회 설치의 취지는 좋으나 효과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것 같다.
개혁속도가 다소 떨어지고 있는 느낌도 든다.
<> 콕존 사장 =김대통령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신속하게
위기를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문제다.
구시대적 습성을 버리지 못한 정치권이 오히려 개혁일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회는 열리기가 무섭게 파행으로 치달았다.
비생산적인 일만 거듭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한국의 노동시장도 어느정도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벌써 희망퇴직 조기퇴직 명예퇴직 등 동양적 방식으로 자발적인 정리해고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실업률이 급격하게 높아졌을 때 사회불안이 야기되지 않을까 우려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동요가 없어 다행이었지만 내년 실업률이 10%대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얀코비치 사장 =동감이다.
정부도 다운사이징 등으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을 향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주장할 수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대개 한국기업을 인수하거나 합작에 나서기 전에 먼저
한국기업들이 인력구조조정을 끝내 주길 바라고 있다.
<> 사회 =볼보 듀폰 씨그램은 한국경제가 외환위기에다 불황 등으로 중병을
앓고 있을때 한국에 진출한 셈이다.
특별한 배경이라도 있나.
<> 헬샴 사장 =볼보가 한국에 진출한데는 크게 3가지의 전략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제조원가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스웨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생산하는게 훨씬 비용이 싸다.
건설기계부문에서 한국시장은 세계 3번째로 규모가 큰 시장인 점도 고려
됐다.
또 한국시장이 동남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생산전진기지로 안성맞춤
이었다고 판단했다.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이 80~90%나 떨어졌지만 삼성의 중장비사업을
인수한데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노동력과 기술 열정 등 한국기술자들의 경쟁력은 매우 뛰어나다.
먼 장래를 보고 투자한 것이다.
<> 콕존 사장 =한국은 듀폰에게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듀폰은 오랫동안 한국기업 인수를 원했다.
경기침체로 경영상태가 악화된 한국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외자유치에 나선
것도 계기가 됐다.
<> 얀코비치 사장 =우리는 예전부터 두산씨그램에 일정 지분을 갖고
있었던데다 한국이 세계4대 프리미엄 위스키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해 인수를
결정했다.
시장여건을 유리하게 본 것이다.
<> 사회 =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 헬샴 사장 =삼성으로부터 중장비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정확한 자산
평가 자료가 없어 어려웠다.
양측의 자산가치 산정을 놓고 이견이 없지 않았다.
반면 한국정부의 협조를 구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협조적이었다.
<> 콕존 사장 =비교적 큰 걸림돌없이 진행됐다.
물론 서로 제시한 가격차는 컸다.
일반적으로 한국기업은 스스로의 자산가치를 비현실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자산상황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부족할 때도 많다.
또 한국기업들은 자기자본의 4백~5백%나 되는 부채까지도 떠넘기려는 탓에
인수하려는 외국기업에 상당한 부담감을 주고 있는게 사실이다.
<> 사회 =한국정부의 관료주의가 방해가 되지는 않았는지.
<> 콕존 사장 =방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상대기업과의 협상만으로도 충분히 성사시킬 수 있었다.
한국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할 기회도 있었으나 협조적인 측면이 더 많았다.
원스톱 행정서비스 등 한국정부가 M&A 여건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평가해줄
만하다.
<> 얀코비치 사장 =경제위기가 한국정부의 태도를 크게 변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 콕존 사장 =기업 경영진, 특히 오너들의 태도는 좀더 바뀔 필요가 있다.
M&A에서 감정적인 요소를 개입시켜서는 곤란하다.
오너나 가족들이 경영권을 가진 경우 자신들이 기업을 설립하고 성장시켜
왔기 때문에 턱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든지 전혀 손실을 보지 않으려
한다.
장부가에만 얽매여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M&A에 나서는 외국기업들은 장부가보다 장래의 수익가치를 더 중요시 한다.
<> 얀코비치 사장 =한국기업들이 부동산이나 사업부문을 팔면서 과거에
얼마를 투자했으니 얼마를 받아 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면 가격차를 좀처럼 좁힐 수 없게 된다.
중요한 것은 미래가치다.
그런 이유에서 M&A 시도는 많으나 성사율은 매우 낮다.
데이트는 많이 하는데 결혼까지 골인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얘기다
<> 사회 =그런데도 다른 기업들에게 한국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겠는가.
<> 헬샴 사장 =물론이다.
<> 콕존 사장 =기꺼이 추천하겠다.
한국의 미래가치가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힘들겠지만 한국경제는 분명 다시 일어선다고 확신한다.
어느 기업이라도 한국의 장래를 본다면 매력을 느낄 것이다.
중단없는 개혁이 이뤄질 경우 현재의 위기는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많은 외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 사회 =최근 국내외 경제계에서 "아시아적 가치"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경제위기를 비롯, 아시아경제위기론과 연결시키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헬샴 사장 =충직성 근면성 등 아시아적 가치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세대가 지날수록 이런 전통적인 아시아적 가치는 서구 가치와 결합돼 한층
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본다.
서구적 가치를 배운 한국의 신세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아시아적 가치를 활용한다면 업무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경영진은 관료적인 틀을 깨고 이들의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쪽으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 콕존 사장 =무조건적인 서구화는 좋지않다.
능력있는 여직원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기길 꺼리고 승진시키는 것을 두려워
하는 유교사상 등은 지양돼야 한다.
동양적인 가치를 고집하더라도 세계화에 장애가 돼서는 안된다.
<> 사회 =한국정부가 외자유치 등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조언을
한다면.
<> 헬샴 사장 =외자유치나 개혁상황을 가장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는
한국내 다국적기업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들 기업들의 시각이 그대로 다른 외국인이나 기업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로
반영된다.
한국정부의 대표나 관료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홍보하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한국에 새로 투자하려는 외국기업들은 한국내 다국적 기업들에게 최우선적
으로 한국 상황을 물어본다.
다음에 한국내 싱크탱크에 자문을 구하고 마지막으로 한국정부의 관료나
홍보물에 의존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내 다국적 기업을 정부정책홍보 파트너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 정리=조정애 기자 jcho@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6일자 ).
그것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제살을 과감히 도려내고 있다.
계열사나 일부 사업부문을 떼어내 외국기업에 매각하는 사례가 늘면서
M&A(기업인수합병)가 활기를 띠고 있다.
기업들은 적절한 "매각"을 통해 구조조정의 성과를 거두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한국의 경제위기와 개혁프로그램"을 주제로 한 외국인
좌담회시리즈 세번째로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M&A에 대한 얘기를 들어 보았다.
< 편집자 >
=======================================================================
[ 좌담 참석자 : 토니 헬샴 <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 >
터커 콕존 < 듀폰코리아 사장 >
조지 얀코비치 < 두산씨그램 사장 >
사회 : 전성철 < 국제변호사 > ]
<> 전성철 국제변호사(사회)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관리 경제체제로
전락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터커 콕존 듀폰코리아 사장 =한국의 대기업들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막대한 빚을 져가며 지나치게 외형성장만 추구했다.
정부나 기업 모두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몸집불리기에만 급급한 세계화에
골몰한 탓이다.
<> 조지 얀코비치 두산씨그램 사장 =한국기업들의 높은 부채비율이 그것을
말해 준다.
세계화정책도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구호만 있었지 구체적인 실행정책이 없었다.
지속적인 외형성장을 통해 세계 상위권의 경제대국이 돼야 한다는 마음만
앞섰다.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만 신경쓴 것이다.
좋은 예가 한국의 이동통신업계다.
서로 시장점유율 1위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토니 헬샴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 =불투명한 자금조달이나 흐름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자금조달과 사용에 대한 기업안팎의 견제와 통제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한국의 은행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 얀코비치 사장 =한보그룹이 그런 측면에서 전형적인 예를 보여 주고
있다.
<> 사회 =세계화가 국내 시장개방이라는 측면에서는 적절한 방향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업경영의 투명성, 금융자율성 확보 등 후속개혁조치를 마련하지
못한게 아쉬운 점이다.
세계화에 따른 개방으로 외국인들도 한국상황을 예전보다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 측면도 있는데.
<> 얀코비치 사장 =대다수 외국기업들은 지난해 봄에 이미 한국에서 일고
있는 불길한 조짐들을 눈치채고 있었다.
원화가치 폭락에 대비해 미리 외환헤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 헬샴 사장 =그런데 막상 한국의 대기업들은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기업총수 등 경영진이 변화에 너무 무감각했던 탓이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한국의 임원들은 국내외에서 돌아가는 상황에 더
무관심한 것 같다.
어떤 세미나를 앞두고 사장인 내가 직접 발표자료나 분석자료를 챙기고
있자니 직원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정도였다.
<> 사회 =한국의 개혁정책은 제대로 집행되고 있다고 보는가.
<> 얀코비치 사장 =나름대로 적절하게 위기 수습책에 나섰다고 본다.
가장 큰 문제는 개혁과정에서 불거지는 노사갈등이다.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과정에서 그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났다.
무조건 기업들에 정리해고를 촉구하기 전에 실업관련 사회보장제도나
인프라를 구축했어야 한다.
실업자를 다독거려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게 급선무다.
한국정부가 기업들과 노동자들 사이에서 윤활유가 돼 지속적으로 의사소통의
통로를 만들어 주도록 해야 한다.
<> 헬샴 사장 =우선적으로 금융권 개혁에 주안점을 둔 것은 참 잘한 일이다.
문제는 개혁속도가 늦다는 것이다.
M&A가 이뤄지되 그것은 원가를 절감하고 불필요한 생산설비를 없애는
방향이어야 한다.
중복투자와 과잉설비문제가 심각하다.
문을 닫을 곳은 과감히 폐쇄해야 할 것이다.
M&A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 합병이나 빅딜을 고집할게 아니라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
노사정협의회 설치의 취지는 좋으나 효과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것 같다.
개혁속도가 다소 떨어지고 있는 느낌도 든다.
<> 콕존 사장 =김대통령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신속하게
위기를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문제다.
구시대적 습성을 버리지 못한 정치권이 오히려 개혁일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회는 열리기가 무섭게 파행으로 치달았다.
비생산적인 일만 거듭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한국의 노동시장도 어느정도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벌써 희망퇴직 조기퇴직 명예퇴직 등 동양적 방식으로 자발적인 정리해고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실업률이 급격하게 높아졌을 때 사회불안이 야기되지 않을까 우려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동요가 없어 다행이었지만 내년 실업률이 10%대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얀코비치 사장 =동감이다.
정부도 다운사이징 등으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을 향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주장할 수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대개 한국기업을 인수하거나 합작에 나서기 전에 먼저
한국기업들이 인력구조조정을 끝내 주길 바라고 있다.
<> 사회 =볼보 듀폰 씨그램은 한국경제가 외환위기에다 불황 등으로 중병을
앓고 있을때 한국에 진출한 셈이다.
특별한 배경이라도 있나.
<> 헬샴 사장 =볼보가 한국에 진출한데는 크게 3가지의 전략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제조원가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스웨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생산하는게 훨씬 비용이 싸다.
건설기계부문에서 한국시장은 세계 3번째로 규모가 큰 시장인 점도 고려
됐다.
또 한국시장이 동남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생산전진기지로 안성맞춤
이었다고 판단했다.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이 80~90%나 떨어졌지만 삼성의 중장비사업을
인수한데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노동력과 기술 열정 등 한국기술자들의 경쟁력은 매우 뛰어나다.
먼 장래를 보고 투자한 것이다.
<> 콕존 사장 =한국은 듀폰에게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듀폰은 오랫동안 한국기업 인수를 원했다.
경기침체로 경영상태가 악화된 한국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외자유치에 나선
것도 계기가 됐다.
<> 얀코비치 사장 =우리는 예전부터 두산씨그램에 일정 지분을 갖고
있었던데다 한국이 세계4대 프리미엄 위스키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해 인수를
결정했다.
시장여건을 유리하게 본 것이다.
<> 사회 =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 헬샴 사장 =삼성으로부터 중장비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정확한 자산
평가 자료가 없어 어려웠다.
양측의 자산가치 산정을 놓고 이견이 없지 않았다.
반면 한국정부의 협조를 구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협조적이었다.
<> 콕존 사장 =비교적 큰 걸림돌없이 진행됐다.
물론 서로 제시한 가격차는 컸다.
일반적으로 한국기업은 스스로의 자산가치를 비현실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자산상황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부족할 때도 많다.
또 한국기업들은 자기자본의 4백~5백%나 되는 부채까지도 떠넘기려는 탓에
인수하려는 외국기업에 상당한 부담감을 주고 있는게 사실이다.
<> 사회 =한국정부의 관료주의가 방해가 되지는 않았는지.
<> 콕존 사장 =방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상대기업과의 협상만으로도 충분히 성사시킬 수 있었다.
한국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할 기회도 있었으나 협조적인 측면이 더 많았다.
원스톱 행정서비스 등 한국정부가 M&A 여건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평가해줄
만하다.
<> 얀코비치 사장 =경제위기가 한국정부의 태도를 크게 변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 콕존 사장 =기업 경영진, 특히 오너들의 태도는 좀더 바뀔 필요가 있다.
M&A에서 감정적인 요소를 개입시켜서는 곤란하다.
오너나 가족들이 경영권을 가진 경우 자신들이 기업을 설립하고 성장시켜
왔기 때문에 턱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든지 전혀 손실을 보지 않으려
한다.
장부가에만 얽매여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M&A에 나서는 외국기업들은 장부가보다 장래의 수익가치를 더 중요시 한다.
<> 얀코비치 사장 =한국기업들이 부동산이나 사업부문을 팔면서 과거에
얼마를 투자했으니 얼마를 받아 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면 가격차를 좀처럼 좁힐 수 없게 된다.
중요한 것은 미래가치다.
그런 이유에서 M&A 시도는 많으나 성사율은 매우 낮다.
데이트는 많이 하는데 결혼까지 골인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얘기다
<> 사회 =그런데도 다른 기업들에게 한국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겠는가.
<> 헬샴 사장 =물론이다.
<> 콕존 사장 =기꺼이 추천하겠다.
한국의 미래가치가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힘들겠지만 한국경제는 분명 다시 일어선다고 확신한다.
어느 기업이라도 한국의 장래를 본다면 매력을 느낄 것이다.
중단없는 개혁이 이뤄질 경우 현재의 위기는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많은 외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 사회 =최근 국내외 경제계에서 "아시아적 가치"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경제위기를 비롯, 아시아경제위기론과 연결시키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헬샴 사장 =충직성 근면성 등 아시아적 가치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세대가 지날수록 이런 전통적인 아시아적 가치는 서구 가치와 결합돼 한층
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본다.
서구적 가치를 배운 한국의 신세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아시아적 가치를 활용한다면 업무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경영진은 관료적인 틀을 깨고 이들의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쪽으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 콕존 사장 =무조건적인 서구화는 좋지않다.
능력있는 여직원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기길 꺼리고 승진시키는 것을 두려워
하는 유교사상 등은 지양돼야 한다.
동양적인 가치를 고집하더라도 세계화에 장애가 돼서는 안된다.
<> 사회 =한국정부가 외자유치 등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조언을
한다면.
<> 헬샴 사장 =외자유치나 개혁상황을 가장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는
한국내 다국적기업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들 기업들의 시각이 그대로 다른 외국인이나 기업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로
반영된다.
한국정부의 대표나 관료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홍보하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한국에 새로 투자하려는 외국기업들은 한국내 다국적 기업들에게 최우선적
으로 한국 상황을 물어본다.
다음에 한국내 싱크탱크에 자문을 구하고 마지막으로 한국정부의 관료나
홍보물에 의존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내 다국적 기업을 정부정책홍보 파트너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 정리=조정애 기자 jcho@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