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즐겨먹는 고유의 전통음식들 중에는 김치나 매운탕처럼 고추가
듬뿍 들어가는 매운 음식이 많다.

한국인의 끈기와 저력, 강인한 인내심과 승부근성은 고추의 매운 맛에서
나온다고 흔히 얘기할 정도로 고추는 우리의 "신토불이"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고추도 알고보면 라틴아메리카에서 건너온 외래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6세기 전후에 일본과 중국을 거쳐 유입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18세기 무렵 당시엔 무척 귀했던 소금 대신 김치의 방부제 역할을 했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다른 음식의 재료로도 광범위하게 쓰이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우리 고유식품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애초에 식용으로 들어왔던 황소개구리는 왕성한 번식력과 무차별적
식성으로 인한 자연생태계 파괴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우리 식생활문화에 맞지 않아 도움이 되지않을 뿐 아니라 한반도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국가차원의 퇴치대상이 됐다.

기업의 적극적인 해외진출이 단일화된 세계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력한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해외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경우 "한국"이라는 국적 개념에
집착하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냉장고를 예로들면 인스턴트 식품이 발달하고 육류를 많이 먹는 유럽은
우리와 달리 냉장실보다 냉동실의 비중이 크고 위치도 아래쪽에 있다.

또 각 지역마다 식생활문화와 관습, 경제수준 등의 차이에 따라 도어나
선반, 포켓, 서랍의 수나 모양, 재질 등이 다르고 선호하는 디자인과
용량대도 다르다.

이에따라 이러한 다양한 시장의 특성을 즉시 반영할 수 있는 현재 R&D체제,
마케팅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현지 노사문화를 반영한 인력관리, 필요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자달할 수 있는 현지금융 등도 해외법인이 현지에서 뿌리내리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환경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면서 현지 지역경제에도 한몫을 하는
토착기업으로 자생력을 키워가는 고추의 지혜를 깊이 새긴다면 기업의
해외진출은 절반은 성공한 셈이 아닐까.

< JBCHUN@web.dwe.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