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내수침체는 태국 인도네시아 등 IMF(국제통화기금)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 국가들중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올들어 한국의 내수감소율은 멕시코 등 과거 외환.금융위기를
경험한 국가는 물론 지난 29년 대공황기의 미국 수준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경제연구소는 14일 "불황기의 내수침체 비교 보고서"에서 "한국의
내수감소폭은 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수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올들어 상반기중 한국의 내수(한국은행 국민계정상의 최종
소비지출+총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비해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올해 각각 마이너스 14.2%와 마이너스
20.5%의 연간 내수증가율(미국 WEFA 전망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이같은 실적은 지난 94년 IMF의 지원을 받은 멕시코의 95년 내수
증감률(마이너스 16%)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90년 금융위기를 겪은 핀란드의 91년과 92년 내수도 각각 9.2%와 10.7%
줄어드는데 그쳐 한국과는 격차를 보였다.

세계 대공황 당시 미국의 내수 증가율은 29년 마이너스 9.6%, 30년
마이너스 6.4%, 31년 마이너스 13.4%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최근 수출환경마저 악화되는 터라 내수급락은 산업기반을
빠르게 붕괴시켜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후식 대우경제연구소 국내경제팀장은 "국내경제의 체력은 강력한 구조
조정의 부작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구조조정의 강도와 속도를
늦추더라도 생산기반 붕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대공황은 디플레 진입단계에서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한데
따른 결과"라며 "통화량을 늘려서라도 국내경제의 공황현상을 막고 구조
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처방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