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의 가치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엔화와 마르크화에 대해 9%나 떨어졌다.

반면 일본을 비롯, 동남아와 중남미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되는 듯한
모습이다.

"국제금융시장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성급한 기대감마저
낳고 있다.

달러약세는 과연 지속될 것인가.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들은 대체로 "그렇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최근 일본 정부의 태도가 달라진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 대장성의 구로다 하루히코 국제금융국장은 8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엔강세의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엔화가 계속 강세를 보일 것임을 강조한 표현이다.

일본정부의 이같은 태도에는 그동안 추진해온 16조6천억엔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곧 가시화 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도 "달러약세 지속"을
점치게 한다.

앨런 그린스펀 미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은 최근 "미국 경제가
세계적 경제위기와 관계없이 계속 오아시스로 남아 있을 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는 "경기둔화를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시장관계자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만약 미국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경우 엔달러 환율이 곧장 달러당
1백20엔까지 직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하나의 달러약세 요인은 "미국증시의 약세와 일본 및 홍콩 증시의
강세"다.

미국 증시는 지난달 31일 다우존스지수가 5백12포인트나 폭락한 이후로도
계속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반면 홍콩의 항셍지수는 이달들어 17%나 상승했고 일본의 닛케이주가도
1만5천엔선에 다가섰다.

이에따라 그동안 미국증시에 몰려 있던 자금이 빠져나와 홍콩과 일본
증시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달러의 집중매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관계자들은 이밖에도 <>독일경제가 러시아사태에도 불구하고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 <>섹스 스캔들로 인해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달러약세가 당분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