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테마연구) 'IMF정책 이해와 오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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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정책에 대한 비판중 일반인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고금리 정책의
폐해다.
또 통화정책도 세계 경제학자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가 돼왔다.
몇가지 예를 통해 우리가 가진 IMF 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올바른
것인지 논의해 본다.
<> 고금리 논쟁 =외환시장이 극도로 불안하던 작년 말 IMF는 환율안정을
위해 RP(환매체) 금리를 크게 높였다.
그 결과 콜금리와 회사채 금리는 한때 30%를 웃돌았다.
IMF가 고금리를 고집한데는 이유가 있다.
고금리가 외자유입을 촉진시키고 경상수지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고금리 정책이 약이기보다 독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이자율이 높아지더라도 유입될 해외자금이 크지 않을 것이며 고금리
는 오히려 금융비용만 증가시켜 건전한 기업까지 도산시킬 것이라 우려했다.
한동안 20%를 넘는 고금리가 유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자본이 크게
유입되지 않은 반면 매월 부도업체 수가 천정부지로 증가했던 상황을 뒤돌아
보면 고금리정책의 폐해를 지적한 견해를 부정하긴 어렵다.
필자 역시 신용경색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을 때 고금리보다 저금리
가 도움이 된다는데 아무런 이견이 없다.
그러나 IMF 비판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들이 고금리의 폐해만을 언급하지
외환시장 안정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높은 금리를 주어도 돌아오지 않는 해외자본을 낮은 금리를 주면서 어떻게
유치할 수 있는가.
투자수요나 소비수요를 줄이지 않고서 경상수지를 단기적으로 개선할
방법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답하지 않는 한 IMF 비판론은 고통이 무서우니 수술하지 말아야
한다는 투정에 지나지 않는다.
또 이자율이 오른 것이 IMF 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작년 11월경 시장 이자율 지표인 회사채 명목수익률은 약 12% 정도였다.
당시 기대물가상승률이 약 4% 정도였으므로 실질수익률은 약 8%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1998년 4월 회사채 명목수익률은 18% 정도가 됐고 환율 평가절하로
기대물가상승률은 9%대로 치솟았다.
따라서 4월을 기준으로 볼 때 3년만기 회사채의 실질수익률은 약 9%로서
외환위기가 시작되기 이전 수준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즉 지난 4월까지 금리가 높아진 것은 주로 환율상승으로 인해 기대물가
상승률이 높아진데 기인했다는 얘기다.
물론 당시 회사채 수익률 18%는 오직 5대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다른 대다수 기업들은 30%의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있었다.
따라서 회사채 금리가 시장 금리를 잘 반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30%대의 높은 금리를 지급한 것은 높은 부도위험 때문
이었다.
이러한 위험 프리미엄은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비율이 낮아지지 않는한
통화를 더 푼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현재 유동성에 여유가 있는 은행들도 중소기업에 대출을 회피하는 현상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고금리 현상의 주원인이 기대물가상승률과 부도위험의 증가 때문인 것을
생각하면 어차피 연초에 금리가 상당히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바람직한 통화정책 =물가상승률이 금리에 주는 영향을 생각하면 금년
중반 이후 금리가 하락한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97년11월부터 올 6월까지 콜금리 회사채수익률 등은 꾸준히 하락, 현재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가까워졌다.
이 기간동안 금리가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해 기대
물가상승률이 연 2% 이하로 급격히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목 금리는 외환위기 전 수준으로 회귀했지만 실질금리는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
더욱이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지급하는 명목금리가 아직도 20% 이상인
것을 생각하면 고금리 기조는 실질적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외환시장이 극도로 불안했던 금년 초반까지 고금리 정책은 불가피한 선택
이었다.
그러나 환율이 불안정하나마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반면 신용경색의
폐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재 금리 및 통화정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이에대한 원칙적인 답은 명확해 보인다.
즉, 외환시장의 안정과 금융시장의 구조조정을 해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만
충족된다면 신용경색의 완화를 위해 통화공급은 늘어나야 한다.
물론 부도위험이 큰 현재 상황에서 통화공급이 증가하더라도 이자율(특히
실질 이자율)이 크게 하락하거나 기업의 투자지출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 상태에서 실질이자율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은 구조조정을
통해 위험 프리미엄을 낮추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나 필자는 통화공급의 증가가 이자율을 하락시키지 못할지라도 소비
지출이나 부동산 구매를 증가시켜 신용경색 완화에 도움이 될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이를 조심스럽게 지지하는 것이다.
한번 더 강조해야 할 점은 통화증가가 외환시장 안정과 구조조정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다.
러시아사태, 현대 노사분규, 기아유찰 등의 대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외환
시장이 다시 불안해 보이는 지금 통화공급을 급격히 늘이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통화공급을 늘이더라도 정책당국은 외환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조심스럽게 조금씩 미세조정을 해 나가야 한다.
또한 늘어난 통화가 협조융자 등의 방식을 통해 공급됨으로써 구조조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 감독을 해야 한다.
이창용 < 서울대 교수 / 경제학 rhee5@plaza.snu.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8일자 ).
폐해다.
또 통화정책도 세계 경제학자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가 돼왔다.
몇가지 예를 통해 우리가 가진 IMF 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올바른
것인지 논의해 본다.
<> 고금리 논쟁 =외환시장이 극도로 불안하던 작년 말 IMF는 환율안정을
위해 RP(환매체) 금리를 크게 높였다.
그 결과 콜금리와 회사채 금리는 한때 30%를 웃돌았다.
IMF가 고금리를 고집한데는 이유가 있다.
고금리가 외자유입을 촉진시키고 경상수지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고금리 정책이 약이기보다 독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이자율이 높아지더라도 유입될 해외자금이 크지 않을 것이며 고금리
는 오히려 금융비용만 증가시켜 건전한 기업까지 도산시킬 것이라 우려했다.
한동안 20%를 넘는 고금리가 유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자본이 크게
유입되지 않은 반면 매월 부도업체 수가 천정부지로 증가했던 상황을 뒤돌아
보면 고금리정책의 폐해를 지적한 견해를 부정하긴 어렵다.
필자 역시 신용경색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을 때 고금리보다 저금리
가 도움이 된다는데 아무런 이견이 없다.
그러나 IMF 비판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들이 고금리의 폐해만을 언급하지
외환시장 안정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높은 금리를 주어도 돌아오지 않는 해외자본을 낮은 금리를 주면서 어떻게
유치할 수 있는가.
투자수요나 소비수요를 줄이지 않고서 경상수지를 단기적으로 개선할
방법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답하지 않는 한 IMF 비판론은 고통이 무서우니 수술하지 말아야
한다는 투정에 지나지 않는다.
또 이자율이 오른 것이 IMF 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작년 11월경 시장 이자율 지표인 회사채 명목수익률은 약 12% 정도였다.
당시 기대물가상승률이 약 4% 정도였으므로 실질수익률은 약 8%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1998년 4월 회사채 명목수익률은 18% 정도가 됐고 환율 평가절하로
기대물가상승률은 9%대로 치솟았다.
따라서 4월을 기준으로 볼 때 3년만기 회사채의 실질수익률은 약 9%로서
외환위기가 시작되기 이전 수준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즉 지난 4월까지 금리가 높아진 것은 주로 환율상승으로 인해 기대물가
상승률이 높아진데 기인했다는 얘기다.
물론 당시 회사채 수익률 18%는 오직 5대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다른 대다수 기업들은 30%의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있었다.
따라서 회사채 금리가 시장 금리를 잘 반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30%대의 높은 금리를 지급한 것은 높은 부도위험 때문
이었다.
이러한 위험 프리미엄은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비율이 낮아지지 않는한
통화를 더 푼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현재 유동성에 여유가 있는 은행들도 중소기업에 대출을 회피하는 현상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고금리 현상의 주원인이 기대물가상승률과 부도위험의 증가 때문인 것을
생각하면 어차피 연초에 금리가 상당히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바람직한 통화정책 =물가상승률이 금리에 주는 영향을 생각하면 금년
중반 이후 금리가 하락한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97년11월부터 올 6월까지 콜금리 회사채수익률 등은 꾸준히 하락, 현재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가까워졌다.
이 기간동안 금리가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해 기대
물가상승률이 연 2% 이하로 급격히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목 금리는 외환위기 전 수준으로 회귀했지만 실질금리는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
더욱이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지급하는 명목금리가 아직도 20% 이상인
것을 생각하면 고금리 기조는 실질적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외환시장이 극도로 불안했던 금년 초반까지 고금리 정책은 불가피한 선택
이었다.
그러나 환율이 불안정하나마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반면 신용경색의
폐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재 금리 및 통화정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이에대한 원칙적인 답은 명확해 보인다.
즉, 외환시장의 안정과 금융시장의 구조조정을 해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만
충족된다면 신용경색의 완화를 위해 통화공급은 늘어나야 한다.
물론 부도위험이 큰 현재 상황에서 통화공급이 증가하더라도 이자율(특히
실질 이자율)이 크게 하락하거나 기업의 투자지출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 상태에서 실질이자율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은 구조조정을
통해 위험 프리미엄을 낮추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나 필자는 통화공급의 증가가 이자율을 하락시키지 못할지라도 소비
지출이나 부동산 구매를 증가시켜 신용경색 완화에 도움이 될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이를 조심스럽게 지지하는 것이다.
한번 더 강조해야 할 점은 통화증가가 외환시장 안정과 구조조정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다.
러시아사태, 현대 노사분규, 기아유찰 등의 대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외환
시장이 다시 불안해 보이는 지금 통화공급을 급격히 늘이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통화공급을 늘이더라도 정책당국은 외환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조심스럽게 조금씩 미세조정을 해 나가야 한다.
또한 늘어난 통화가 협조융자 등의 방식을 통해 공급됨으로써 구조조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 감독을 해야 한다.
이창용 < 서울대 교수 / 경제학 rhee5@plaza.snu.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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