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의 본산인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사운드디자이너라는 직업명이
나타난지는 5~6년 밖에 안된다.

컴퓨터 기기의 발달과 함께 새롭게 개척되고 있는 영역인 셈이다.

미국이 이 정도니 한국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 막 생겨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이전에도 녹음 및 음향효과기사들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영화진흥공사의 직원들이어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장비도 테이프를 사용하는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 수요도 적었다.

영화제작자들은 소리 보다는 시나리오와 그림에 더 신경을 썼다.

동시녹음도 하지 않고 나중에 더빙하려는 이들이 몇년전까지만 해도 적지
않았다.

자연히 녹음 음향 분야의 전문가는 생겨날 여지가 없었다.

이런 분위기가 바뀐 것은 3~4년전부터.

젊은 제작자들이 소리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다.

빚을 내서라도 칸 몬트리올 베니스영화제를 쫓아다닌 젊은 영화인들은
우리 영화의 경쟁력이 소리 부문에서 특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 분야만 제대로 된다면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도 갖게 됐다.

자연히 소리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영화녹음을 위한 사설 스튜디오도
생겨났다.

이제 매년 만들어지는 50여편 가운데 20여편 정도는 사설스튜디오에서
사운드디자이너의 "덧칠"을 받고 있다.

영화마니아들은 "우리 영화도 요즘은 들을만하다"는 소리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워낙 영화제작편수가 적다보니 스튜디오들이 수지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활동중인 4개 스튜디오가 20편 영화를 골고루 나눌 경우 매년 각
5편씩을 할 수 있다.

편당 많아야 4천만원을 받는다고 할 때 스튜디오별로 녹음분야 매출이 연
2억원에 불과하다.

이것으로는 한달에 2천만~3천만원은 족히 드는 스튜디오 운영비도 빼지
못한다.

그래서 스튜디오들이 방송 CF 음반 등의 녹음도 같이 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망이 어두운 건 절대 아니다.

선진국의 예를 보면 분명하다.

음향은 음악과 함께 영화에서 중요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영상산업 등 문화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어
영화산업은 이제 중흥기를 맞을 가능성도 높다.

한국에서도 대형 블록버스터가 속속 제작될게 분명하다.

이런 추세에서 사운드디자이너는 영화를 마무리짓는 "해결사"로서 자리매김
될 게 분명하다.

이미 미국 등에서 상당수의 사운드디자이너는 아티스트로서 대접받고 있다.

개중엔 유명배우 못지 않은 개런티를 받는 경우도 많다.

A&D의 이규석 기술개발실장은 "앞으로 외국처럼 사운드디자이너들도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며 "독특한 전문영역으로서
인정받을 때 미국처럼 고소득 직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