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5일(현지시간)
"지금은 금리를 내리는 문제에 대해 검토할 때"라고 언급,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에서 가진 강연에서
"전세계에 금융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만이 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오아시스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은 미국 상.하원이 공동으로 "미국과 일본 독일이
동시에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데 이어 나온 것이다.

미국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국제적인 압력이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자체의 모습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미국 금리인하 논의 배경 =일본에 대한 내수부양 압력이 최근에는 미국
에 대한 금리인하 압력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미국의 고금리와 고달러가 아시아 환란에 적지 않은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94년 3월 연 3.0%이던 연방기금금리를 1년동안 7차례에 걸쳐
6.0%로 올렸다.

아시아 등의 자금이 금리가 높고 안전한 미국으로 몰려들 수 밖에 없게
돼있고 그것이 다른나라 통화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논리다.

따라서 미국이 금리를 내려야 세계 금융시장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 최근들어 국제적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의 "건넌방"이라 할 수 있는 중남미까지 위기대열에 합류하고
있어 미국의 결단을 재촉하고 있다.

미주 대륙은 미국수출의 40%를 차지하고 있어 아시아와는 달리 미국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지역이다.

"아시아 위기는 아시아인의 문제"일 수 있지만 "미주대륙(캐나다 포함)
문제는 집안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요즘들어 미국경제 자체가 둔화되는 조짐이 뚜렷해 지고 있다.

아시아위기의 여파로 수출증가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내수도 위축세가
완연하다.

건설경기 등 투자도 서서히 냉각국면으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주가가 폭락,전체적인 분위기가 스산해져 있다.

주가폭락은 자산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개인들의 소비지출과 기업의 투자
감소로 이어지게 돼 있다.

세계경제 문제가 아니더라도 미국경제를 살려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 금리인하 시기와 폭 =인하결정 시기는 오는 29일의 공개시장위원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하가 화급한 상황은 아니어서 29일 회의에서는 방향만
언급하고 그 다음회의 때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외부적인 여론도 변수다.

이번주 열리는 G7회담등 국제적인 모임에서 어떤 기류가 형성되느냐에 따라
시기와 폭이 조절될 수 있다.

국제적인 압력이 높으면 조기에 큰 폭으로 단행될 수 있다.

미국의 금리는 연준리(FRB) 산하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결정한다.

의장이 직권으로 단행할 수도 있다.

대상금리는 연방기금금리(FFR)이며 한번 조정할 때 0.25%포인트씩 움직이는
것이 상례지만 0.5%포인트를 조정한 경우도 있다.

이번에 조정한다면 0.25%포인트가 될 공산이 크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보다 강력한 효과를 내려면 독일의 동조인하 등 국제적
협조가 긴요하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