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조직을 축소한다"

고용안정을 기하면서 조직을 슬림화시키는 구조조정기법.

현직 임직원들에게 특정 사업부문을 인수시켜 회사에서 분리하는 이른바
MBO(Management buy out)가 구조조정의 새로운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리해고 청산 등에 따른 실업증가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MBO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은 주력이 아닌 제품의 생산 부서를 이 방식으로 독립시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물류사업부서나 설계부서에도 이 방식을 적용하는 추세다.

현대전자는 올들어 PC사업부와 멀티미디어 사업부를 MBO방식으로
분리시켰다.

노트북 데스크톱PC 등을 생산하는 PC사업부는 최병진 사장(당시 이사) 등
1백명에게, 세트톱박스와 비디오CD 디스플레이어 등을 개발 판매하는
멀티미디어 사업부는 정규철 사장(당시 상무) 등 60명에게 인수시켜 회사에서
분리했다.

회사 이름은 각각 (주)멀티캡과 (주)HDT.

자본금은 20억원과 14억8천만원이다.

두 회사 모두 임직원이 40%, 외부금융기관이 41%씩 지분을 떠맡았다.

나머지 19%는 "친정"인 현대전자에서 출자했다.

현대전자는 아파트 홈비디오 등을 생산하는 홈오토메이션 사업부도
현대통신산업으로 독립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삼성전자는 물류사업부를 토로스라는 회사로 분리했다.

지난 4월 당시 물류사업팀장이었던 이상우 현사장 등 3백7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물류사업을 맡겼다.

토로스의 자본금은 1억원.

직원들이 8천1백만원(81%)을 출자하고 나머지 1천9백만원(19%)은 삼성전자가
지원했다.

삼성전자는 애프터서비스(AS) 기능을 본사에서 완전히 분리 독립시키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현재 AS수요의 60%를 협력업체에 맡기고 서비스 기획 등 나머지 40%를
본사에서 하고있으나 AS부문을 완전 분리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전자는 지난 6월 디지털 피아노사업부를 (주)벨로체라는 회사로
독립시켰다.

피아노사업부 직원 25명과 외부에서 가세한 직원 25명 등 50명이 현재
벨로체를 이끌어가고 있다.

사장은 당시 과장으로 수출을 맡았던 양원모씨.

그는 독립 석달여만에 대우전자 시절보다 두배정도 많은 월 1천대를 수출,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지난해 SMPS(컴퓨터용 전원공급장치), 위성방송수신기사업을
독립시킨데 이어 운송 사업부를 곧 MBO방식으로 분리한다.

또 일부 품목생산부서를 추가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의류업체들은 2, 3년전부터 생산공장을 분리시켜왔다.

성도 잠뱅이 등 중견 의류업체들은 생산공장을 종업원지주회사로 만든후
이들에게 생산을 의뢰하고 있다.

말하자면 MBO방식의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업무를 아웃소싱을 하고있는
것이다.

MBO는 고용이 안정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본사는 분리되는 사업부가 경영 정상화될 때까지 어느정도 지원해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멀티캡, 토로스, 벨로체 등도 본사로부터 여러가지 지원약속을 받았다.

이들 대부분은 공장시설을 1년정도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또 사업이 안정될때까지 본사 판매망을 활용하고 제품명도 그대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로부터 출자받은 것도 초기사업에 많은 도움이 되고있다.

MBO가 널리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부 오철수 차장은 MBO가 고용안정효과가 있는 만큼
세제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사업부를 분리함으로써 들어오는 대금에 대해 특별부가세를 감면하고
벤처기업처럼 신설회사의 취득 등록세를 감면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MBO로 독립한 회사들 역시 결국에는 홀로서기를 해야한다.

따라서 이들 회사의 성공여부는 얼마나 빨리 경쟁력을 갖추느냐에
걸려있다고 할수있다.

< 박주병 기자 jb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