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 구조조정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워낙 커 은행 보험 증권등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되고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을 회복한뒤 투신사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것이 당초 정부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크게 변했다.

유동성부족에 시달리는 금융기관은 즉각 퇴출시킨다는 원칙에 따라 투신도
예외가 아니게 됐다.

투신업계는 "한지중 세가족"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국투신 대한투신 국민투신 등 서울 소재 대형 3개사, 제일투신(부산)
동양투신(대구) 중앙투신(대전) 한남투신(광주) 등 지방투신사, 자산운용
업무만을 하는 투신운용회사 등 3개 군으로 분류된다.

외형을 보면 한투 27조원, 대투 26조원, 국투 19조원 등 재경 3개투신사의
수탁고는 72조원에 달해 투신업계 전체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지방투신사도 제일 9조원, 동양 7조원, 중앙 4조원, 한남 2조원 등 총
22조원에 이른다.

이밖에 서울투신운용 삼성투신운용 등 23개 투신운용사들이 47조원의
수탁고를 기록하고 있다.

투신사 구조조정의 초점은 재경 3개투신사와 지방 투신사로 맞춰져 있다.

규모가 방대하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투신운용사는 소규모인데다 대부분 증권 은행의 자회사여서 모회사의
구조조정과 함께 자연스럽게 정리내지 통폐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폐쇄된 고려.동서증권의 자회사인 고려.동서투신운용은 오래전에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보람증권계열의 보람투신, 동방페레그린증권의 동방페레그린투신,
장은증권의 장은투신 등도 모기업 구조조정 작업의 일환으로 자진 해산의
길을 걷고 있다.

문제는 부실규모가 크고 거대한 수탁고를 가지고 있는 기존 7개 투신사다.

영업정지가 내려진 한남투신을 제외하면 대상은 6개사로 줄어든 셈이다.

업계전체의 부담도 줄어들었다고 볼수 있다.

투신업계는 한남투신 영업정지 파장이 업계전체로 번지지 않을까 대책마련에
고심중이다.

금감위는 재경 3개투신사는 워낙 덩치가 커 어느정도의 유동성은 확보
가능하고 다른 지방투신사들도 한남과 달리 대주주가 상대적으로 튼튼하기
때문에 업계전체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남투신의 영업정지 사태가 업계전체로 확산될 경우 "제2의
한남"을 충분히 예상할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음 순위는 어딘가"라는 말이 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6개 투신사들은 전체적으로 부실한 편이다.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장부상 나타나는 순이익의 경우 주식및 채권의 평가손반영 비율에 따라
크게 좌우돼 객관적인 잣대가 못된다.

퇴출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퇴출 통폐합 등을
지시할수도 없는 형편이다.

6개 투신사의 경우 재무구조가 하나같이 엉망이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6개투신사 모두 부채가 자산을 초과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형 3개투신사는 누적적자로 사당 1조원이상의 자본금 결손상태이며
차입금도 각각 2조원을 넘는다.

금감위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 강도높은 경영정상화 노력을 유도하면서
자산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경비절감, 급여및 인력축소 등 자구노력을 촉구하고 이행상황을 지속
점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금부족에 빠져 회생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영업정지
등의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장진모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