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인가 모 TV에서 설렁탕집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방영한 적이 있다.

이를 모방해서 미국 LA의 한 교포가 설렁탕집을 개업하고 장사를 아주
잘했다고 한다.

그러자 한 두달 사이에 그와 비슷한 설렁탕집이 그 근처에 10여개가 생겨
나서 서로 극심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결국 얼마 못 가서 거의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이 무엇을 해서 조금 잘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거기에
뛰어들어 그 일을 무작정 따라하고 선행자의 기득권을 빼앗기 위해서 무모한
경쟁을 벌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결과는 피차 망하는 일이다.

미국에서 유태인들이 장사하는 지역에 한국사람이 진출하면 그들은 긴장
하고 두려워한다고 한다.

한국사람들의 근면하고 끈질기고 적극적인 사업경영에 상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다른 한국사람이 같은 지역에 들어오면 그들은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고 한다.

한국사람들끼리 경쟁하다가 얼마 안가서 둘 다 망하고 만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남이 하는 장사가 아무리 잘 되더라도 자기가 경쟁에 뛰어들때에 함께 잘해
나갈수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하고 또 경쟁을 해도 피차간 피해가 되는 일이
없는가를 충분히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죽을 줄도 모르고 불로 뛰어드는 나방처럼 그저 비용과 이익의
단순계산만으로 또 남이 하는 일이 잘되는 현실만 보고 마구잡이식으로
도전한다는 것은 결코 지혜로운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어떤 분야가 전망이 좋다고 하면 기업들이 너도나도 앞을 다투어
그 분야에 진출했기 때문에 과잉 또는 중복투자가 이루어진 예가 많았다.

또 기존업체를 염두에 두지 않고 같은 분야에 진출한 후발 기업들의 시장
확보나 시장쟁탈을 위한 무리한 경쟁으로 인해서 서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현실을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

경제나 경영은 숫자적 계산만으로 해결되는 단순논리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사회적인 과정과 질서이기 때문에 계산논리를 넘어서 환경적,
심리적 요인이 동시에 고려돼야 하는 아주 복잡하고 오묘한 질적, 구조적
본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 선의의 경쟁은 필요하지만 그것은 피차가 잘 될수 있는
여지에서의 정당한 노력이어야지 결코 남의 발목을 잡고 내가 앞으로
나아가려다 남도 넘어뜨리고 나도 함께 넘어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일이다.

우리에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한
경쟁력있고 튼튼한 기업이 자랄 수 있는 풍토는 조성될 수 없을 것이다.

< 강선중 크로바프라스틱(주) 사장 SJKangCPa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