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 이후 우리경제는 당면과제인 구조조정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얻어지지 않아 안타깝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기업들
이 정부지원만 바라며 차일피일 시간을 끌고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을 무작정 비난하기보다 왜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다 보면 기업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파업사태에서 보듯이 정리해고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 또한 국내기업들이 보유한 부동산이나 계열기업을 살 수 있는 곳은
현재로서는 외국기업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환위험 세금부담 거래관행 회계
처리 등의 어려움 때문에 별로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한 예로 정책당국은 수도권과밀을 막기 위해 국내에서 법인을 설립한지
5년이 채 안된 기업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부동산을 취득할 때에는
매각대금의 3% 및 2%인 등록세와 취득세를 원래보다 각각 5배나 많이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에따라 외국기업이 수도권에 있는 국내기업의 부동산을
사려고 할 경우 매각대금의 25%나 되는 세금부담 때문에 성사단계에서
거래가 깨지는 일이 적지 않다고 들린다.

이밖에 부동산관련 세율이 너무 높다는 점도 외국기업에 보유부동산을
매각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즉 외국인투자자들은 부동산의 취득원가
및 예상수익을 계산하기 위해 관련자료를 요구하게 마련인데 부동산 세율이
높아 세금부담을 줄이려다 보니 회계처리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아 거래상대방
에게 신뢰를 잃고 불리한 입장에서 흥정하기 쉽다.

정부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목적으로 부동산매각때 취득세와
등록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하지만 면제대상이 지난해 6월이전까지 발생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한 경우로 한정돼 있어 지난해말 IMF체제가 시작된뒤
심화된 신용경색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대다수 기업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정책당국은 이처럼 부동산관련 세금부담이 매우 무겁고 세금감면 조건도
비현실적이어서 기업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고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지난해 6월이후에 발생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부동산을 파는 경우도
세금감면대상에 포함시키고 5배의 등록세와 취득세를 물리는 규정은 폐지해야
한다. 물론 가뜩이나 세수가 부족한 마당에 무조건 세금감면 요구를 들어주기
도 어려운 것은 인정한다.

따라서 부동산매각의 경우에도 세율은 낮추되 대신 감면대상을 줄인다는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세금부담을 줄일 목적으로
회계를 불투명하게 처리하는 관행에서 벗어나고 우리경제의 대외신뢰도도
향상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