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얼마만에 정상화되는 국회인가. 지난 3월초 국무총리임명동의안
처리가 무산된 이후 파행의 길을 걸어온 때부터 치면 장장 5개월이 넘는다.
15대 국회 상반기 의장단의 임기가 끝난 지난 5월말이후 원구성도 하지못한
채 표류해온 소위 "식물국회"로 따지면 2개월반만이다.

어쨌든 국회가 17일 본회의를 열어 원구성을 마치고 국무총리 및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정상을 되찾은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한 일이다.
특히 서리체제에 대한 위헌시비 등으로 국무총리의 국정수행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업무추진에도 긍정적 변화를 기대해 볼만하다.

그러나 국회를 정상화시켰다고 해서 정치권이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받아온
불신이 해소됐다거나 조만간 해소되리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이라는 점을
우선 분명하게 지적해두고 싶다. 사실 이번 국회정상화는 정치권 스스로의
철저한 반성과 합의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기보다 여론의 호된 비판에 못이겨
마지못해 이루어 낸 타율적 성과라는게 솔직한 우리의 평가다.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각오를 다져야만 국민들의 신뢰회복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두가지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국회에 계류중인 각종 법률안심의를 최대한 서둘러 각계각층의 경제난
극복 노력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률안은 3백여건이
넘는다. 특히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 관련법안과 금년도 2차 추가경정예산안
등은 시급을 다투는 안건들이다. 국회는 본회의 회기를 오는 22일까지 연장해
법안심사를 다룰 예정이라지만 충분한 심의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시간이다.
따라서 우선순위를 가려 시급한 현안부터 처리하되 졸속을 범하지않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좀더 깊이 생각해야할 과제는 철저한 자기개혁이다.
개혁의 무풍지대인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은 생각보다 깊고
크다는 점을 좀더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국회차원의 정치개혁
작업이 진행중이긴 하지만 그것마저 당리당략의 차원에서 기득권보호에
안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할만 한 일이다. 좀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실질적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고 선출방식을 고치는 등의 제도적 개혁도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보지만 그것만으로 국민들을 납득시키기에는 불충분하다. 무엇
보다 국민을 얕보는 특권의식, 당리당략에 집착하는 집단이기주의, 실력없이
목소리만 높이는 저질정치, 이런 것들이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이번 기회
에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는 국회가 아니라 경제난극복을 앞장서 끌어가는
국회로 거듭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