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계속 내림세를 보여온 홍콩 주가(항생지수)가 지난 14일 8.5%나
폭등한 것은 홍콩 정부의 시장개입에 따른 것이었음이 확인됐다.

당국이 우량주를 대거 사들여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놓고 국제금융계에선 해석이 분분하다.

위기감이 더이상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단순한 "방어용"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홍콩달러 페그제(미국달러 고정환율제) 포기를 앞둔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만일 페그제와 연관된 의도적 개입이라면 아시아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
전체에 큰 파장을 몰고오게 된다.

극히 이례적인 홍콩당국의 증시개입 배경에 국제금융가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그래서다.

이날 홍콩의 중앙은행인 홍콩통화청(HKMA)은 주식시장에서 약 3억9천만달러
어치의 우량주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선물및 외환시장에도 개입, 상당한
규모를 매입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날 개입으로 홍콩 항생지수는 하루만에 5백64.27포인트(8.5%)나 뛰어
오르며 7,000선을 단숨에 회복했다.

도널드 창 재정사(재무장관)는 이날 개입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에서 "홍콩을
공격하는 적들에게 시의적절하게 대처했다"고 밝혔다.

투기세력의 움직임에 대해 정부가 좌시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시장에선 이번 조치로 홍콩정부가 페그제 고수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투기군들이 홍콩달러를 계속 매도, 페그제의 기반이 흔들린다면 언제든 홍콩
정부가 나설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일부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홍콩정부가 드디어 페그제를 포기
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돌기 시작했다.

페그제를 포기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금융혼란을 막기 위해 당국이 사전
정지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즉 페그제 포기를 선언하는 순간에 주가와 통화가 무너지고 대출부실화로
금융권이 연쇄 파산할 수 있는 점을 감안,미리 손을 쓰고 나섰다는 얘기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에릭 니커슨 수석연구원 같은 일부 분석가는
아예 홍콩달러 페그제 붕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제 페그체 포기는 시간문제라고 단언한다.

만일 홍콩이 페그제를 포기할 경우 한동안은 시장의 요동이 불을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일본엔화가 급등락하며 출렁거리고 있고 러시아의 혼돈이 거듭
되는 상황이어서 국제금융시장 전체가 큰 혼란을 치를 수 밖에 없다.

아직 홍콩당국의 뜻이 분명치 않지만 이번 시장개입은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또다른 불안"을 몰고 온게 사실이다.

홍콩 최대야당인 민주당의 마틴 리 총재는 "정부개입 그 자체로 홍콩증시는
자유금융센터라는 이미지에 돌이킬 수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홍콩당국의 개입배경이 정확이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최소한 2주일 정도는 투기세력과 방어세력간의 밀고 밀리는 힘겨루기
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