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보는 ''세계의 눈'' - ''빅딜/구조조정의 방향'' ]

"산업적 시각에서 빅딜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좋지 않다.

시장 자율에 맡겨 개별기업의 차원에서 실효를 거둘수 있는 사업을
선별해야 성공할수 있다"

세계적인 전략컨설팅업체 보스톤 컨설팅 그룹(BCG)의 칼 스턴 회장은
빅딜에 대한 견해를 이렇게 밝혔다.

보스톤은 기업전략부문에서 세계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미국
컨설팅업체.

한국사업 점검을 위해 13일 방한한 스턴회장은 "빅딜은 세계적인 차원의
규모를 확보해야 하는 업종에 한해,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추진되는 한국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계획만 무성하고
실행이 따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계획을 세우는 속도보다는 구조조정 결정이후 긍정적 효과가 나올때까지의
시간을 단축하는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다.

< 노혜령 기자 hro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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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CG : Boston Consulting Group의 약자.
미국 보스턴에 있는 컨설팅 전문업체로 전세계 기업을 상대로
컨설팅사업을 한다.
BCG는 특히 기업 전략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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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이 요즘 한국기업들의 최대 과제다.

그러나 기업환경이 너무나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것부터 손을 대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업구조조정에서 우선순위가 있다면.

"사업구조(business portfolio)재구축이 가장 중요하다.

물론 당장 생존이 급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경쟁력 있는 사업에 집중하고
수익성 없는 사업은 정리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

우선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부분이 어딘지를 판단하고 이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게 좋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경쟁력이 최우선이다.

세계시장에서 싸워나갈 최대의 무기가 바로 사업포트폴리오다.

이런 장기적인 틀안에서 단기적으로 영업, 시장, 재무적 측면등을
조정해나가는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한국기업들은 당장 자금압박때문에 장기적 경쟁력을 높이는데
신경쓸 여력이 없는데.

"생존이 급박할수록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선 어떤 사업을 살릴지 결단을 내려야한다.

거꾸로 말하면 포기할 사업을 결정해야한다는 뜻이다.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산이나 사업은 과감히 정리할수 밖에 없다.

필요하다면 외국인 파트너를 끌어들이고 다운사이징을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

물론 사업포기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결정을 늦추면 상황이 악화될 뿐이다.

최고경영자의 결단없이는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볼때 우량기업일수록 사업철수를 상시적으로 한다.

물론 기업인수도 자주 한다.

시장상황에 맞게 사업포트폴리오를 늘 조정해나간다는 얘기다.

결정은 빨리해야 한다"

-대기업 그룹들의 경쟁력 없는 사업을 정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빅딜
(기업간 사업맞교환)이 추진되고 있는데.

"사실 빅딜이 세계적으로 흔히 쓰이는 구조조정 수단은 아니다.

성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없는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두개의 거대한 사업이 통합돼
하나로 된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시간과 비용,리스크등이 많이 따른다.

빅딜과 관련해, 한국이 빠지지 말아야 할 함정이 있다.

빅딜이 성사되기만 하면 한국경제가 회복될수 있으리란 기대다.

빅딜은 이벤트가 아니다.

빅딜이후 얼마나 경제적 효과를 거둘수 있는지가 관건이지 빅딜의
성사자체가 열쇠는 아니다.

빅딜이 효과를 나타내야 경제도 회복되는 것이다.

빅딜은 중요한 비즈니스 거래고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점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빅딜은 경제적 차원에서 결정돼야지 절대로 정치적 논리로
추진돼서는 안된다"

-현재 한국정부는 5대 그룹 빅딜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한 정부가 개개 기업의 비즈니스 포지션, 가치등을 정확히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정부는 경제를 산업시각에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개개기업의
특수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가 빅딜의 경제적 효과를 정확히 판단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빅딜은 기본적으로 비즈니스맨이 판단하도록 놔두는게 좋다.

빅딜 앞에 가로놓인 장애물을 제거하는게 정부의 역할이다"

-최근 5대기업을 중심으로 빅딜 실무팀을 구성돼 빅딜 기본안을 짜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는 빅딜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기업들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한것은 잘한 일이다.

실제 빅딜에 따른 효과나 문제점등을 가장 잘 아는게 기업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빅딜이 성사됐을때 얼마나 미래에 대한 경쟁력을 갖게
되고 어떤 효과를 얻을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빅딜을 얼마나 빨리 결정하느냐보다는 빅딜이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의 시간을 얼마나 앞당기느냐가 더 중요하다"

-빅딜의 성공사례는 어떤게 있나.

"빅딜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지난 87년 GE와 톰슨이 사업을 맞바꾼게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GE는 TV, 라디오등 소형가전사업을 톰슨에, 톰슨은 의료기기사업을
GE에 줬다.

이 빅딜에서 이득을 더 많이 본 쪽은 GE였다.

의료기기는 전세계적인 규모의 비즈니스였기 때문이다.

반면 가전사업을 인수한 톰슨은 지지부진했다.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업체들에 뒤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빅딜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이 있나.

"빅딜이 성공하려면 2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서로 결합해서 시너지 효과(economics of business)가 있어야 한다.

둘째 전세계적인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사업이어야 한다.

내수업종이라든지, 특정지역에 국한된 사업이라면 빅딜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빅딜이외에 과잉투자나 경쟁력 없는 사업을 정리하는 방안으로는
어떤게 있나.

"지난 70년대 일본의 조선사업 정리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일본정부는 기업들을 청산하고 해당 기업에 있던 직원들은 재교육
등을 통해 다른 일자리를 찾아줬다.

이런 방법으로 큰 문제없이 매끄럽게 사업을 정리할수 있었다.

정부주도로 과잉산업을 대량정리한것은 일본의 조선업이 유일한 사례인것
같다.

그러나 당시 일본은 호황이었다.

정리에 따른 비용이나 일자리창출등이 모두 가능했다.

따라서 한국에 적용되기는 어려울것 같다"

-미국, 유럽등 서구기업들은 사양사업을 어떻게 정리하나.

"서구에서는 과당경쟁이나 적자사태에 직면한 사업을 철수하는게
상시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한국처럼 특정 시기에 대량으로 한 산업을 정리하는 일은 흔치
않다.

빅딜사례도 드물다.

사업을 폐쇄하는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세제원료 제조회사들을 예로 들수 있다.

당시 세제 원료가 환경에 유해한것으로 판명나자 몬산토등 관련업체들은
해당사업을 정리해야 했다.

이들은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5년이상에 걸쳐 조금씩 정리했다.

성공적이었다"

-한국기업들은 그동안 성장마인드에 젖어있었기 때문에 사업철수 결정을
내리는데 익숙치 않은데.

"사양산업의 리더들이 얼마나 빨리 사양산업이란 점을 깨닫는지가
중요하다.

이들이 점진적인 사업정리를 주도해가야 성공할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경영진의 사고방식이 바뀌는게 가장 중요하다.

제아무리 과감한 빅딜을 하더라도 구조조정이후 한국 대기업들이 여전히
현재처럼 문어발식 경영을 계속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경쟁력이 없는 사업이란 판단이 들면 기업인은 과감히 셧다운(철수)을
결정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구조조정의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극단적인 표현으로 질보다 속도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속도가 중요한 일들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다 빨리 할수는 없다.

시간이 걸리는 일도 있다.

한국정부는 너무나 많은 계획을 세운것 같다.

그러다보니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계획만 무성하고 실행은 없다는 얘기다.

은행 합병만 봐도 그렇다.

합병은 시켰지만 그이후 실제 효과적인 합병과정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합병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다.

합병이후 영업, 지점, 인력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경쟁력을
갖추는가가 외국인들의 최대 관심사다.

합병이후 경쟁력 향상을 평가하는 것이지 합병 자체를 갖고 구조조정
성과를 평가하는게 아니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의 톱으로서 한국경제의 앞날을 어떻게 보는가.

"앞으로 몇년간 고생은 각오해야 한다.

아직 한국경제가 바닥을 친게 아니라는것이 미국 금융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아직 내려갈 여지가 더 남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에서 10~20년후를 바라볼때 한국의 회복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GE, 시티코프등 미국의 간판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수 있다"

< 노혜령 기자 hro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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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스턴 회장 약력 ]]

<>46년 미국출생
<>하버드대학 경제학부 졸업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수석졸업
<>BCG 런던,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지사장역임
<>현재 BCG 총회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