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위기가 유럽대륙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동유럽 경제는 "시베리아 한파"로 꽁꽁 얼어붙고 있다.

아시아판 위기가 동유럽에서 재연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감도 증폭된다.

시장경제 이행과정에 있는 동유럽 뿐만 아니라 그리스 터키등 유럽의
개도국들과 독일등 러시아와의 관게가 깊은 선진국들도 타격받고 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이 조심스럽게 모스크바발 세계공황을 들먹이는
것도 그래서다.

조지 소로스의 루블화 평가절하 촉구발언과 러시아 은행들의 유동성
악화에 대한 우려로 러시아 주식시장이 6.5% 폭락한 13일 헝가리 체코
이스탄블 등 동유럽 대부분의 주식시장도 동반 하락했다.

통화가치도 자유낙하를 계속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와 함께 막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이 국가들의 경제구조
취약해 금융위기에 쉽게 노출될 것으로 판단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빼내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BUX지수는 이날 4.6%나 급락해 7,000선(7,028.6)에
겨우 턱걸이 했다.

11일부터 시작된 급락세가 3일 연속 멈출 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체코도 프라하 PX-50지수가 2.34% 추락했다.

폴란드와 함께 동유럽의 우등생으로까지 불리는 이 나라들의 증시침체는
최근들어 더욱 가속도를 얻는 국면이다.

이지역 국가의 통화들도 대부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동안 강세를 지속해왔던 체코 코루나화(화)는 이날 달러당 32.241에
거래돼 전날(32.019)보다 0.222코루나 떨어졌다.

헝가리 포린트화의 달러당 가치도 전날보다 0.2% 하락했다.

아시아 외환위기가 본격화하면서 한때 이들 나라는 아시아를 탈출한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매력적인" 투자지역으로 평가받아 왔었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가 함몰하면서 위험성이 다시 부각된 것이다.

뱅크아메리카의 러시아전문가인 줄리엣 샘프슨은 "아시아 외환위기
덕분에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를 받았던 이들 동유럽국가들이 러시아
주변국이라는 지형적인 이유와 취약한 금융시장구조 등 아시아와
똑같은 이유로 금융위기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러시아 사태의 파장이 동유럽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서유럽 국가중에도 경제구조가 취약한 나라들은 러시아 한파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터키 이스탄블 XU100지수가 이날 하루만에 6.83%나 폭락했는가 하면
며칠째 하락세를 보여온 그리스 ATG지수도 이날 3.89% 하락했다.

말하자면 동유럽 서유럽을 가리지 않고 유럽개도국 대부분이 러시아
사태의 영향권에 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동유럽 경제가 그렇게 쉽사리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파리바은행 런던지점 이코노미스트인 스테판 레슬리는 "동유럽에 미치는
러시아위기의 충격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 주가 통화
등이 폭락하고있는 것은 일시적인 심리적 요인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다른 경제전문가들도 "이들 지역의 경제는 그동안 내실있는 성장을
지속해왔고 외국인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펀더멘털 자체가
튼튼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