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재계가 지난 7일 간담회를 갖고 빅딜을 포함한 구조조정방안을
이달말까지 확정키로 합의함으로써 대기업구조조정 추진이 가속화될 것같다.
정부와 재계가 기업구조조정을 조속 추진키로 합의한 것은 그 성공여부가
국가경제의 사활을 좌우한다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과연 합의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지를 장담하기 이르다는
점에서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실 이번 합의는 충분한 협의와 검토를
거쳐 이뤄진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정부의 강도
높은 불만을 재계가 수용하는 원칙적 동의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방법론등에 있어서 아직도 정부와 재계간의
시각차는 여전하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재계가 좀더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필요성은
충분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우격다짐식으로 시한을 정해 밀어부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대기업 구조조정이 어디까지나 기업들의 합의에
의해 자율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가지 정책수단을 동원해 강요해왔던 부분도 적지않았다.

사실 이번에 금융감독위원회가 은행들에 대해 빅딜문제를 포함시킨 5대
그룹의 수정된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오는 9월말까지 받도록 지시한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고 본다. 금감위는 대기업그룹들의 수정된 재무개선계획이 이행
되지않을 경우 채권금융단으로 하여금 여신중단등의 공동제재조치를 취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말하자면 이달말까지 마련될 빅딜계획의 이행여부를
금융을 동원해 밀어붙이겠다는 의지표명으로 해석할수 밖에 없다.

자금을 지원한 은행이 기업의 재무상황을 체크하고 감시하는 것은
절차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더구나 통폐합등으로 은행자신들이
어수선한 마당에 자칫 시한에 쫓기면서 빅딜이건 워크아웃이건 기업구조조정
에 간여할 경우 졸속처리에 흐르지 않을까 하는게 우리가 우려하는 점이다.

뿐만아니라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을수있는 자동차산업의
경우 기아의 향방에 따라 구조개편의 방향이 달라질수 있다는 점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재계는 앞으로 정례간담회를 통해 그에따른 여러가지 문제들을
함께 풀어간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정부는 그동안 누차 밝힌대로 업계 자율조정의 원칙을 존중하면서
실효성있는 방안을 유도하는 지원시책 강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본다.
물론 기업들도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는 일반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진정한 고통분담의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