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판정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비판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칼을 빼든 곳은 일본의 국제금융정보센터.

이 기관은 최근 일본 미국 영국의 7개 신용평가기관을 대상으로 신용평가
방법 등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무디스는 신용평가기준의 통일성에만 집착해
각국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무디스가 미국에서 축적한 신용평가 노하우가 외국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재고해야 된다"며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가운데서도 일본의 국채등급을 하향조정하지 않겠다고 판단한 곳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국제금융센터의 이같은 지적은 무디스가 영미식 글로벌스탠더드
(세계표준)에 근거해 세계 각국의 기업 및 국가 신용등급을 획일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도 13일자에서 무디스의 신용평가능력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이 기사는 무디스의 신용평가방식이 구태의연해 급변하는 세계 금융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국가신용등급의 경우 무디스는 해당국 정부가 발표하는 무역수지,
외환보유고 등 거시지표를 주요 분석도구로 사용하는데 이들 통계는
후행지표인데다 통계조작의 소지도 있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기사는 또 무디스의 사내조직이 지나치게 경직되게 운영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목했다.

무디스는 국가 기업 금융기관 등 3개 분야별로 신용분석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팀간의 정보교환이 원활하지 못해 총체적인 분석에 애로가
있다는 지적이다.

리뷰지는 일례로 아시아 외환위기의 초기에 금융기관 신용분석팀에서
그 징후를 포착했으나 사내 서열상 상위팀인 국가신용분석팀이 이를
간과해 조기경보를 내리는데 실패했다고 소개했다.

또 인도네시아에서 금융위기가 시작됐을때 한국의 은행들이
인도네시아에서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보유중인 브라질 주식을 대량 매각,
브라질 증시가 급락했으나 팀간의 단절로 인해 이런 사실도 포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