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지펀드와 투자은행들이 6일 홍콩외환시장에서 홍콩달러 대공략에
나서면서 "아시아 제2환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년전 태국 바트화 폭락으로 시작된 이 지역 금융 위기의 악령이 또다시
세계 경제를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투기세력들의 홍콩달러 공략은 태국 바트화 폭락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갖고 있다.

홍콩달러가 무너지면 곧바로 중국 위안화도 흔들릴 것이라는 점에서 파장의
범위는 광대하다.

더우기 양쯔강 홍수사태가 가뜩이나 부진한 중국경제를 압박하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어서 아시아 하늘에는 또 하나의 거대한 먹구름이 몰려든 셈이다.

이날 외국 투자가들이 팔아치운 홍콩달러는 약 39억달러.

홍콩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이 약 50억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기자본이 벌이고 있는 대공세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홍콩외환시장은 특히 국제 금융시장과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갖고 있어
이번 충격은 급속하게 국제외환시장으로 퍼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

벌써 아시아증시들은 이날 일제히 하락세를 보여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긴급 전화 인터뷰에 응한 홍콩의 한 외환딜러는 "오늘 상황은 매우 심각
하고 전조도 좋지 않다"며 "투기세력들과 홍콩당국 간의 공방전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JP모건 싱가포르지사의 외환딜러 C씨는 "오늘이 사흘째 공세지만 물량이
엄청나게 불어났다"고 밝히고 "이들이 팔아치운 물량 규모로 볼때 공격
세력들이 어느정도 확신을 얻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중국와 홍콩이 홍콩달러 가치를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과 홍콩의 외환보유고는 각각 1천4백억달러, 9백60억달러로 합계
2천3백6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라면 환율 방어를 위한 단기전 "실탄"으로서는 충분
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과 홍콩 금융당국은 이날 수십억달러를 외환시장에
퍼붓는 등 홍콩달러 방어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중국과 홍콩의 거시 경제상황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콩은 이미 지난 1.4분기중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2.8%로 곤두박질쳐
있고 중국 역시 7% 미만으로 성장율이 낮아져 있다.

더우기 6일 현재 이미 2천명의 사망자와 엄청난 물적 손실을 만들어 내고
있는 양쯔강 홍수가 하반기에 다시 경제성장률을 0.5%이상 끌어내릴 전망
이어서(중국 정부 공식 발표) 상황은 악화일로다.

이를 반영, 위안화는 이날 상하이(상해) 암시장에서 공식환율(달러당 8.27)
보다 7%이상 높은 8.90위안화에 거래되는등 평가절하 압력을 높이고 있다.

투기세력들이 양쯔강 범람위기등 절묘한 시점을 택해 기습공격을 개시
했다는 점에서 아시아 인근국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제2의 아시아 금융위기"로 치달을 것이라는 데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신중론자들은 아시아연쇄 충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중국과 홍콩이 보유
달러를 총동원하더라도 최대한 환율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점, 미일
재무장관회담 등 일련의 국제 협조무드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쯔강 홍수사태의 추이, 중국당국의 환율 방어의지 등에 따라
앞으로 1주일 정도의 기간이 환율방어전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