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린치증권은 몇달전부터 미국 주가가 "상투"에 도달했다고 경고해
왔다.

동시에 이머징마켓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달 9일 내놓은 글로벌 전략보고서에서는 "장님 나라(이머징마켓)에서는
애꾸눈(아시아)이 왕"이라는 제목으로 아시아 투자비중을 확대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뉴욕증시가 폭락세를 보이자 국내 증권가에선 과연 그같은
"메릴린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메릴린치 시나리오의 핵심은 미국주가가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데서
출발한다.

메릴린치는 미국경제의 곳곳에서 경기하강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그런
징후가 끝내는 무위험 수익"을 겨냥하고 미국을 찾았던 국제자금을 대체
시장으로 내몰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는 안전한 미국 국채로 몰려가지만 일부는 이머징마켓의 선두주자
(애꾸눈)인 아시아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달러자금이 국채로 몰려 미국금리가 떨어질 경우에도 아시아증시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메릴린치의 이런 시나리오에 대해 증권업계에선 그 현실화 여부가 일본
엔화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강신우 국민투신 펀드매너저는 "미국증시가 내리막길을 걸을 경우 아시아쪽
으로 국제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도 "엔화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자금유입규모와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7일로 예정된 일본총리의 경제정책 발표 내용이 국제자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국제자본이 오히려 아시아를 탈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한국주가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반면 엔화약세에 제동이 걸리고 위안화절하 가능성이 줄어들 경우 메릴린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게 증권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남영섭 ING베어링증권 부장은 "메릴린치가 최근 한국증시 투자의견을
"중립(netural)"에서 "비중확대(overweight)"로 상향 조정한 것을 생각 할때
엔화안정이라는 조건만 갖춰지면 한국증시로 상당한 달러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장진모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