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Bank '빅뱅'] (4) '여신관리 선진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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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하겠지만 7조~8조원의 정부지원이 필요
합니다"(배찬병 상업은행장)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을 전격 발표한 지난달 31일.
배찬병 행장은 선도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이날을 잔칫날로 규정한 이관우 한일은행장의 표정에서도 비장함이
엿보였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두 은행 임직원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 금융계
인사들도 두 은행의 합병발표를 불안스럽게 바라봤다.
왜 그랬을까.
잔칫날인데도 왜 기쁜 표정이 전혀 아니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부실화정도가 심한 두 은행이 합쳤을 때 과연 슈퍼우량은행이 된다고
장담할 수 없어서였다.
자칫하면 "병든 공룡"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실이 그렇다.
두 은행은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조건부승인"을 받아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은행이다.
우량은행과 우량은행의 결합이 결코 아니다.
지난 6월말현재 두 은행의 고정이하 무수익여신은 4조3천6백29억원.
3개월이상 연체중인 요주의여신까지 합하면 14조8천3백52억원에 달한다.
총여신의 23%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정부가 부실자산을 정리해 주지 않으면 선도은행은 커녕 "슈퍼부실은행"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두 행장이 이구동성으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정부지원"을 외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정부가 부실여신을 정리해 주면 상업.한일은행은 리딩뱅크로
우뚝 설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다.
현재와 같은 여신관행을 뜯어 고치지 않는한 그렇다.
지금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자산을 운용한다면 부실은 또다시 천문학적으로
쌓이게 된다.
애시당초 부실자산발생을 방지할수 있는 시스템을 고치는게 필요조건이요
충분조건이라는 얘기다.
부실자산 방지를 위한 시스템개혁은 크게 두가지로 이뤄져야 한다.
여신관행 개선과 유가증권투자 방법 수술이 그것이다.
먼저 여신관행부터 보자.
우리네 은행에서는 여신 시스템이라는게 없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심사역-여신부장-담당이사-여신위원회"라는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형식일뿐이다.
내용은 전혀 딴 판이다.
"투자할만한 사업을 선택해 돈을 빌려주고 꾸준히 감시하는 금융시스템이
없다"(한스폴 뷔크너 보스톤컨설팅그룹 부사장)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심사기준은 크게 세가지다.
"담보가 있는가" "현재 괜찮은가" "뒤에 믿을만한 배경을 갖고 있는가"가
그것이다.
담보는 국내은행이 생긴이후로 지고의 선이다.
아무리 어려운 기업이라도 담보만 있으면 "오케이(OK)"다.
아무리 장래가 밝은 기업이라도 담보가 없으면 "노(NO)"다.
기업은 은행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고, 다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는다.
은행들은 기업이 어떻게 되건말건, 은행 돈이 특정기업에 편중되건 말건
나몰라라다.
담보만 확실하면 그만이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식"이다.
신용대출 확대는 공자님 말씀이다.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하는 여신관행은 바로 "대마불사(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라는 신화에서 비롯됐다.
대기업은 망하지 않으니 무한정 돈을 퍼주어도 괜찮았다.
미래 사업성이 불투명하더라도 현재 이자만 갚으면 믿을만 했다.
아니 이자 갚을 돈을 빌려주면서까지 "공존공생"을 서슴지 않았다.
유원건설 우성건설 건영 한보 삼미 기아 뉴코아 해태 미도파 진로 등이
다 그 결과다.
"배경론"은 뿌리깊은 "관치금융"과 경영진의 "눈치보기"에서 기인한다.
실무자들이 아무리 안된다고 매달려도 실력자의 전화 한 통화면 끝이다.
심사서류는 "정상"으로 고쳐진다.
한보가 그랬다.
그 이후로도 계속되는 협조융자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 들어서도 동아건설 우방 화성산업등에 각각 1천억원 안팎의 협조
융자가 나갔다.
워크아웃(기업가치회생) 대상으로 선정된 고합 신원 진도 신호그룹 등에도
협조융자는 계속되고 있다.
"까다로와진 여신심사기준에 비춰 볼때 추가 융자는 도저히 곤란한데도
어찌된 일인지 협조융자 명령은 계속된다"(시중은행 여신실무자)
그러다보니 "사금고화"도 비일비재하다.
퇴출된 충청은행의 경우 지난 4월말까지 대주주인 한화그룹(지분율 16.6%)에
4천2백99억원을 대출해 줬다.
2대 주주인 금풍실업그룹(11.7%)에도 1천억원을 빌려줬다.
대형 시중은행도 다를게 없다.
대주주에는 꼼짝 못한다.
편중여신 한도만 넘지 않으면 얼마든지 돈을 퍼준다.
심지어는 "이중장부"도 횡행한다는 말도 들린다.
대기업들이 은행소유에 끝까지 미련을 가지는 것도 "돈줄"을 쥘수 있다는
경험에서 비롯된다.
유가증권투자도 마찬가지다.
일부 은행은 지난 94년 주식투자에서 떼돈을 벌었다.
그러자 다른 은행들도 뒤질세라 주식투자에 나섰다.
그 결과가 10조여원에 달하는 주식평가손이다.
만일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자산운용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면 이런 우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빅뱅크시대"의 성공조건은 여신및 자산운용시스템의 구축이다.
여신인력을 늘리고, 과거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신담당 임원은 무조건 외국인으로 채워라"는 금감위의 채근이 "거짓명제"
로 판명될때 비로소 빅뱅크는 성공할수 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5일자 ).
합니다"(배찬병 상업은행장)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을 전격 발표한 지난달 31일.
배찬병 행장은 선도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이날을 잔칫날로 규정한 이관우 한일은행장의 표정에서도 비장함이
엿보였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두 은행 임직원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 금융계
인사들도 두 은행의 합병발표를 불안스럽게 바라봤다.
왜 그랬을까.
잔칫날인데도 왜 기쁜 표정이 전혀 아니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부실화정도가 심한 두 은행이 합쳤을 때 과연 슈퍼우량은행이 된다고
장담할 수 없어서였다.
자칫하면 "병든 공룡"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실이 그렇다.
두 은행은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조건부승인"을 받아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은행이다.
우량은행과 우량은행의 결합이 결코 아니다.
지난 6월말현재 두 은행의 고정이하 무수익여신은 4조3천6백29억원.
3개월이상 연체중인 요주의여신까지 합하면 14조8천3백52억원에 달한다.
총여신의 23%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정부가 부실자산을 정리해 주지 않으면 선도은행은 커녕 "슈퍼부실은행"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두 행장이 이구동성으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정부지원"을 외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정부가 부실여신을 정리해 주면 상업.한일은행은 리딩뱅크로
우뚝 설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다.
현재와 같은 여신관행을 뜯어 고치지 않는한 그렇다.
지금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자산을 운용한다면 부실은 또다시 천문학적으로
쌓이게 된다.
애시당초 부실자산발생을 방지할수 있는 시스템을 고치는게 필요조건이요
충분조건이라는 얘기다.
부실자산 방지를 위한 시스템개혁은 크게 두가지로 이뤄져야 한다.
여신관행 개선과 유가증권투자 방법 수술이 그것이다.
먼저 여신관행부터 보자.
우리네 은행에서는 여신 시스템이라는게 없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심사역-여신부장-담당이사-여신위원회"라는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형식일뿐이다.
내용은 전혀 딴 판이다.
"투자할만한 사업을 선택해 돈을 빌려주고 꾸준히 감시하는 금융시스템이
없다"(한스폴 뷔크너 보스톤컨설팅그룹 부사장)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심사기준은 크게 세가지다.
"담보가 있는가" "현재 괜찮은가" "뒤에 믿을만한 배경을 갖고 있는가"가
그것이다.
담보는 국내은행이 생긴이후로 지고의 선이다.
아무리 어려운 기업이라도 담보만 있으면 "오케이(OK)"다.
아무리 장래가 밝은 기업이라도 담보가 없으면 "노(NO)"다.
기업은 은행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고, 다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는다.
은행들은 기업이 어떻게 되건말건, 은행 돈이 특정기업에 편중되건 말건
나몰라라다.
담보만 확실하면 그만이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식"이다.
신용대출 확대는 공자님 말씀이다.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하는 여신관행은 바로 "대마불사(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라는 신화에서 비롯됐다.
대기업은 망하지 않으니 무한정 돈을 퍼주어도 괜찮았다.
미래 사업성이 불투명하더라도 현재 이자만 갚으면 믿을만 했다.
아니 이자 갚을 돈을 빌려주면서까지 "공존공생"을 서슴지 않았다.
유원건설 우성건설 건영 한보 삼미 기아 뉴코아 해태 미도파 진로 등이
다 그 결과다.
"배경론"은 뿌리깊은 "관치금융"과 경영진의 "눈치보기"에서 기인한다.
실무자들이 아무리 안된다고 매달려도 실력자의 전화 한 통화면 끝이다.
심사서류는 "정상"으로 고쳐진다.
한보가 그랬다.
그 이후로도 계속되는 협조융자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 들어서도 동아건설 우방 화성산업등에 각각 1천억원 안팎의 협조
융자가 나갔다.
워크아웃(기업가치회생) 대상으로 선정된 고합 신원 진도 신호그룹 등에도
협조융자는 계속되고 있다.
"까다로와진 여신심사기준에 비춰 볼때 추가 융자는 도저히 곤란한데도
어찌된 일인지 협조융자 명령은 계속된다"(시중은행 여신실무자)
그러다보니 "사금고화"도 비일비재하다.
퇴출된 충청은행의 경우 지난 4월말까지 대주주인 한화그룹(지분율 16.6%)에
4천2백99억원을 대출해 줬다.
2대 주주인 금풍실업그룹(11.7%)에도 1천억원을 빌려줬다.
대형 시중은행도 다를게 없다.
대주주에는 꼼짝 못한다.
편중여신 한도만 넘지 않으면 얼마든지 돈을 퍼준다.
심지어는 "이중장부"도 횡행한다는 말도 들린다.
대기업들이 은행소유에 끝까지 미련을 가지는 것도 "돈줄"을 쥘수 있다는
경험에서 비롯된다.
유가증권투자도 마찬가지다.
일부 은행은 지난 94년 주식투자에서 떼돈을 벌었다.
그러자 다른 은행들도 뒤질세라 주식투자에 나섰다.
그 결과가 10조여원에 달하는 주식평가손이다.
만일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자산운용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면 이런 우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빅뱅크시대"의 성공조건은 여신및 자산운용시스템의 구축이다.
여신인력을 늘리고, 과거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신담당 임원은 무조건 외국인으로 채워라"는 금감위의 채근이 "거짓명제"
로 판명될때 비로소 빅뱅크는 성공할수 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