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부치 게이조새정권이 31일 첫 각의를 열고 개혁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본 국내외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개혁의지가 미덥지 않다는 것이다.

이통에 엔화는 달러당 1백44엔까지 하락했다.

오부치 총리는 이날 첫 각의를 가진뒤 기자회견에서 "국정의 최우선 목표는
조속한 경제회복"이라고 전제하고 6조엔 이상의 영구감세와 10조엔 규모의
추경예산 편성, 재정구조개혁법 동결 등 다각적인 경기대책을 실시겠다고
말했다.

오부치 총리는 이같은 경기대책으로 일본경제가 1-2년내에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자민당에 조속히 관련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민간 경제인들을 포함한 10여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제전략
회의"를 빠르면 내주중 발족시켜 정부와 자민당이 일체가 돼 경기대책 등
경제재생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빠른 시일내에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을 만나 양국간 협력체제 강화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상도 이날 취임연설을 통해 "과거의 정책을 답습하지
않고 보다 과감하게 부실채권을 정리하는등 은행개혁을 가속화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은행개혁과 영구감세 시행방안을 빠른 시일내에 마련해
8월7일 구체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특히 "적자국채 발행규모를 늘려 공공투자를 확대하겠다"며 필요하다면
확대예산편성을 가로막는 재정구조개혁법을 개정하거나 폐기할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하면 엔화가 내년초에는 달러당 1백35엔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새 정부의 이같은 경제대책에 대한 외환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일본정부가 엔약세를 방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달러당 1백44엔선으로 떨어졌다.

미야자와대장상은 이날 "엔화건 주식이건 가격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특히 엔화안정을 위해 시장개입에 나선다 해도 시장의 기본환경을 바꿀수
없다"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이는 시장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졌다.

미야자와 대장상은 이처럼 엔화가 떨어지자 "시장에 관한 상식을
얘기했을뿐"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엔화 약세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여기에다 사카이야 다이치(계옥태일)경제기획청 장관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려워 목표를 낮추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해 엔화하락을
부채질 했다.

미야자와와 사카이야가 어떤 의도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지만 세계
금융시장은 일본의 새정권이 내수부양과 금융개혁에 별 뜻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하고 있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