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조루증이 심해서..."라고 말을 흐렸다.
그러자 부인은 성미급하게 "아니에요, 조루가 아니라 발기가 안돼요.
성생활이 거의 안돼요. 1년에 한두번도 안돼요"
기죽은 남편의 표정에 부인은 불만에 찬 공격적인 모습이다.
필자의 진료실에서 때아닌 부부싸움까지 벌어지게 됐으니 따로따로 조용히
들어봐야 할 것 같았다.
"먼저 부인과 면담하겠으니 남편은 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주시죠"
45세인 부인의 하소연인즉 결혼후 6개월까지는 관계를 제대로 못해서 아기도
못 갖는게 아닌가 했는데 어렵게 애는 갖게 됐고 한번도 만족한 성생활을
못하고 이제껏 지내왔다고 하소연했다.
남편은 심한 조루때문에 삽입하자마자 으레 부인에게 "움직이지 말라"는
주문을 해댔고 혼자 삽입했다 뺐다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지루한 시간을
끌고 나갔다고 푸념했다.
자기가 잠잘 때에도 매번 이런 "이상한" 관계를 하니 차라리 자위만도 못한
부부생활을 해왔다고 말했다.
다른 애무방법으로 자신을 만족시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남편은 매번 피곤
하다며 거절한다는 것이었다.
18년이나 참아왔지만 이젠 더 이상 못참겠다고 이혼까지 각오하고 왔다며
"판정"을 내달라는 자세였다.
부인을 내보내고 남편을 만났다.
"왜 부인을 애무해주지 않으십니까"
52세인 남편의 말은 집에 돌아오면 뚱뚱해진 아내가 잠자리에서 차갑게
등을 돌리고 있으니 분위기가 전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조루증은 혼자 조절하면 얼마든지 오래 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록 삽입시간은 짧지만 자주 쉬면서 관계하는 시간을 길게 가지면 문제가
없는데 부인이 협조를 안해주니 서로 불만이라는 거였다.
이 부부는 서로 다른 형태의 성반응을 보여 시작부터 잘못된 것으로 보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서로 협조하시면 두분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으니
이제부터 내 지시대로 꼭 해보세요"
한달간 서로 좋아하는 부위를 5군데 찾아내 30분이상 매일 애무만 하라고
말했다.
성감대가 자극돼 참기 어려우면 애무를 그치는 "스톱 앤드 스타트"라는
사정조절 행동요법을 시킨 것이다.
"애무만 해야지 절대로 삽입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한달후에 봅시다"
이미 갈등이 깊고 마음이 식은 이 부부가 얼마나 이 처방을 따를지, 잘만
따라주면 치료가 가능한데...
<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