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안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 수석연구위원(Economist)은 "금융개혁의
키워드는 은행의 독립성 확보"라며 "은행의 사기업화(privatization)가
이루어지지 않는한 금융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지난 2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주최한 ''한국의 금융
개혁과 금융시장의 발전 방향'' 세미나에서 한국 금융개혁의 방향을 이같이
제시했다.

그는 미국 카네기맬론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뒤 84년부터
FRB에서 근무하면서 미국의 금융/통화정책 수립에 참여하고 있다.

강연내용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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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통화정책의 실패를 들수 있다.

한국은 지난 수년간 4~5%의 물가상승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실질물가상승률은 이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통화정책의 실패를 뜻한다.

실질적인 물가상승은 원화의 환율인상압력으로 이어졌으나 외환당국은
외환시장에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이같은 정책실패는 통화정책 수립과정이 정치적으로 독립되지 않은데서
비롯됐다.

한은독립,은행감독원분리,은행간 합병등 최근 시행되고 있는 일련의
금융개혁 관련조치들은 금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금융개혁의 가장 본질적 문제는 간과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시중은행의 완전한 사기업화 허용이란 알맹이가 빠져 있다.

한국의 은행구조로는 경영 및 인사분야에 밀려드는 외부의 입김을 막을 수
없다.

소유주가 없는 탓이다.

은행이 영리추구보다는 정부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행태를 보여온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은행의 사기업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한국의 은행부실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은행의 사기업화 방식은 영.미권처럼 기업과 금융을 철저히 분리시키는
방향이 돼야 한다.

기업과 금융의 경영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업의 리스크(위험)가
소유은행에 그대로 전가된다.

이 경우 산업전반에서 가장 안정적이어야 할 은행이 기업의 경영실적에
따라 좌지우지될 위험이 있다.

산업에 수혈을 해주는 금융기관이 부실해질 경우 정부가 나서 해결하는
길밖에 없다.

국민의 세금을 동원해서 말이다.

이같은 악순환을 사전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

은행의 사기업화와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은 금융산업의 진입장벽 제거다.

금융산업의 집중현상은 또다른 폐해를 조장할 수 있다.

철저한 경쟁원리를 도입, 시장진입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금융산업의 개혁
(이노베이션)을 꾀해야 한다.

특히 금융기관간 합병은 철저히 자발적인 자유경매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최근 이뤄지고 있는 은행 퇴출 및 합병은 정부주도란 인상을 준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는 향후 정부에 짐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은행 감독기관의 감독형태 개혁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사후감독, 감독의 투명성, 거시적 감독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사전적 감독을 최소화, 은행경영의 완전자유화를 보장하는 한편 사후적
감독강화를 통해 부실화를 예방해야 한다.

현행 감독기준은 너무 불분명하고 복잡하다.

이를 통합 정리해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거래가 특정산업에 지나치게 집중되지 않도록 거시적인 차원의
감독강화도 요구된다.

< 정리=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