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눈과 귀는 오는 31일 상무부가 발표할 올 2.4분기 성장지표에 쏠려
있다.

미국 경제계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경기 하강론의 답안이 상무부
발표를 통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답안의 내용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는 게 많은 월가 전문가들의
단언이다.

잘돼야 1%대의 성장이거나,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5월중 공장재고가 0.6% 하락했는가 하면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실물경제 곳곳에서 적신호가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제조업 부문에서는 5월 한달 동안에만 2만9천여명의 일자리가 증발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그러나 2/4분기의 부진을 곧바로 경기의 본격적인 하강국면 진입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그 동안의 쾌속성장에 대한 "미조정"으로 받아들이는 전문가들이
많다.

월가의 대표적 경기조사 기관인 데이터 리소시스(DRI)사는 3.4분기 이후
성장률이 3%대로 반등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주식시장 전문가들 역시 뉴욕증시가 앞으로도 당분간은 상승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 등 유수 증권회사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는 요즘
9,000선 밑으로 떨어진 다우존스 지수가 내년 중 1만1,000-1만1,250으로
20%가까이 오르는 것으로 돼 있다.

실제로 지난 주 중반까지 큰 폭의 하락 행진을 보였던 다우지수는
지난 24일 소폭(4.38포인트)이나마 회복세로 돌아섰다.

2.4분기 중 성장률이 마이너스로까지 예고돼 있는데도 큰 흔들림 없이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월가의 내로라 하는 전문가와 투자자들이 경기 재상승을
자신하고 있는 데는 나름대로 확고한 근거가 있다.

서비스 부문이 부진한 제조업 경기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하이테크와 금융 유통 등 서비스 부문은 6월중 21만5천명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 냈다.

쾌속항진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컴팩 인텔 등 일부 간판급 컴퓨터 업체들의 상반기 중 영업실적이
부진했던 것으로 발표되기는 했지만 재고정리 등 구조조정을 마치고
나면 이전보다 더욱 탄탄한 성장가도에 재진입할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미국과 세계의 경기흐름을 최전선에서 예보한다는 월가가 서비스
부문에 거는 신뢰감은 남다른 바가 있다.

경제를 이끄는 주역은 더이상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산업이라는 사실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깔려 있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각각 대표하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와 마이크로 소프트에 대한 월가의 대접이 이를 잘
보여준다.

외형이 GM의 12분의 1에도 못미치는 마이크로 소프트가 주식
싯가총액에서는 오히려 GM을 여섯 배 가까이 웃돌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작년 매출총액이 1천7백80억달러로 세계 25위의 경제대국인 덴마크의
GDP(1천7백40억달러)를 능가한 GM의 주가는 60년대 중반의 수준을 맴돌고
있는 반면 창업한지 10년도 안되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주가는 매년
두자릿수의 상승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경제에 대형 제조업체들의 부진으로 인한 몸살을 해결하고도 남을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하이테크 서비스업의 존재는 "제조업은
투자과잉-서비스 벤처기업은 투자가뭄"이라는 비대칭의 기형증세를 앓고
있는 한국 경제에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