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vacance)"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휴가, 주로 피서지 휴양지 등에서
지내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이 용어가 언제부터 국어사전에 자리를 버젓이 차지하게 됐고 언제부터 이
용어를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사용하게 되었는지 딱 집어 말하기 어렵다.

아마도 우리사회의 구조속에서 "중산층"이라는 계층이 자리를 잡아가던
80년대 초반이 아닐까 한다.

우리의 휴가문화를 살펴보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있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자 이름난 산이나 바다로 떠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서지를 향해 출발하는 순간부터 또 다른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고속도로에 갖혀 몇 시간씩 꼼짝 못하는 고생은 기본이고 피서지의 바가지
요금,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의 인파 등 "휴가 스트레스"의 요인들은 도처에
깔려 있다.

그럼에도 또 다시 휴가철인 여름이 다가오고 어김없이 휴가계획을 세우는
것을 보면 매운 고추를 더 매운 고추장에 찍어 먹는 우리들의 습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듯 하다.

옛말에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있다.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뜻으로 이러한 생각은 우리의 식생활뿐 아니라
문화생활에도 깊숙이 뿌리 내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쌓인 스트레스를 또 다른 스트레스로 풀려는 모습에서 일종의 "충격요법"에
익숙해 있는 우리의 단면을 보는것 같다.

그러나 휴가의 의미가 단지 스트레스를 푸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의
휴가문화도 걷어내야만 하는 또 다른 거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다음해 농사를 준비하며 한겨울을 보냈다.

우리들의 휴가도 선조들의 "한겨울"과 같은 의미는 아닐는지, 지쳐있는
몸과 마음을 달래고 보다 활기찬 기분으로 일상적 업무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기간으로서 휴가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경제상황이 어려운 지금은 휴가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사람들 사이에 휩쓸리지 않고 그 어느해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휴가를
만드는 길은 마음만 바꾸면 보일 것이다.

"휴가"는 "떠남"이 아니라 오히려 "머무름"이 아닐까.

"머무름"은 고여있는 물이 아니라 유유히 흐르는 대하와 같이 조용한 가운데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날을 계획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머무름"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진정한 휴식처이고 고향이나 가정이 바로 그런 곳일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