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달리 뛰어난 체력과 우수한 자질로 인해 현역병으로 입대하게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신체검사에서 현역판정을 받으면 날라오는 입대통지서 뒤쪽의 첫 문장이다.

그러나 검찰의 병무청탁 수사결과는 이 글이 얼마나 모욕적인 언사인가를
확인시켜주었다.

남북대치아래서 입대는 불가피하다는 사회논리와 꽃다운 청춘을 군대에서
"썩어야 한다"는 개인논리간의 충돌.

대한민국 남성들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겪는 고민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이 땅에 태어난 "원죄"를 안고 입대한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검찰 수사결과는 이러한 갈등속에 군생활을 하는 병사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있다.

이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줬다.

돈을 주고 자식의 병역을 면제받거나 편하게 군대생활을 하도록 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몰지각한 행태.

이게 바로 우리사회의 도덕적 수준이다.

검찰수사결과 드러난 병무청탁자들은 대부분 지도층인사들이었다.

청탁내용을 보면 기가 막힌다.

청탁내용도 병역면제에서부터 카투사, 보직조정 등 아주 다양하다.

말로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외치면서 행동은 반대를 하고있는 꼴이다.

유럽의 왕족과 귀족들은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싸움터로 달려갔다.

또한 옛 그리스에서는 전투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에겐 투표권도 주지
않았다.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그 사회를 지켰던 것이다.

우리사회는 언제쯤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지켜질지 안타깝다.

이심기 < 사회1부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4일자 ).